[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회계 감사를 맡았던 딜로이트안진의 갑작스런 ‘고해성사’가 파장을 더하고 있다. 안진은 대우조선이 흑자를 기록한 2013~14년이 사실은 적자였다며 재무제표 수정을 권고했다. 부실감사 논란에도 “문제없다”며 버티던 안진이 스스로 오류를 인정한 것에 대해 금융당국의 분식회계 조사를 대비한 ‘꼼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악어와 악어새’로 통하는 기업과 회계법인의 공생관계가 이면에 깔려있다며 두 법인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안진을 향한 비판여론은 매섭다. 신뢰도를 생명으로 하는 회계법인이 부실을 감지하지 못하고 ‘적정’의견을 냈다가 수년이 흐른 뒤 손바닥을 완전히 뒤집었기 때문이다. 옛 대우조선 경영자들에게서 정확하지 못한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안진 측의 항변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대우조선은 감사 오류가 황당하다는 입장을 비치면서 책임을 안진에 슬쩍 떠넘기려는 모습이다. 이미 대우조선은 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외부 감사인을 교체했다.

하지만 대우조선이 분식회계 의혹의 중심에서 빠지긴 힘들다. 대우조선은 4조원대의 손실을 숨기다 지난해에 이를 한꺼번에 반영하면서 “해양플랜트 등 해양산업의 특성상 손익 파악 시점이 늦어진 것”이라며 분식회계 가능성을 부인했다. 조선업계는 대우조선의 이런 태도를 납득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이 흑자를 기록할 당시 경쟁사는 꾸준히 해양플랜트 손실을 털어냈기 때문이다.

사실 대우조선의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대우조선의 해양플랜트부문 손실 이전부터 상선부문에서 1조6000억원대의 악성채권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양플랜트의 손실만을 강조해온 회사 측의 말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한 회계사는 “이번 사건은 안진이 감사 부실을 실토한 것이지 대우조선이 손실을 제대로 회계처리 하지 못한 책임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말은 아니다”라며 “마치 안진이 대우조선 분식회계 의혹의 중심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갑을관계’로 대변되는 기업과 회계법인의 현실이 이번 사건에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갈수록 시장경쟁이 심해지면서 외부감사 때 기업들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더욱이 회계부정을 저지른 2013년은 대우조선 임직원들의 납품비리가 터진 해로, 온 국민의 관심이 이 회사에 집중되던 시기였다. 특히 한 간부는 하청업체에 대놓고 ‘김연아 목걸이’를 사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이 일었다. 그 어느 때 보다 투명경영이 강조돼야할 시점에서 임직원뿐만 아니라 회사도 '적자'를 '흑자'로 바꾸는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대우조선은 2000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산업은행이 최대 주주가 됐다. 실질적으로 ‘주인없는 회사’가 되면서 직원부터 최고 경영진까지 책임보다는 보신주의가 만연됐다. 정경유착 의혹도 잇따라 불거졌고, 논공행상이 분명하지 않은 탓에 대규모 부실은 투자자와 국민이 떠안았다.

혈세가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을 바로세우는 길은 엄정한 법 집행이다. 정부는 “회사 책임자는 물론 감사를 본 회계법인의 잘못에 대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는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을 곱씹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