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검찰의 칼끝은 제조사 CEO를 정조준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진상조사를 위한 청문회 추진은 물론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100억원대 피해보상을 약속한 롯데마트의 이중적인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18일 피해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던 롯데마트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5명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합의금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강제조정안에 이의신청서를 낸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피해보상을 약속한지 불과 나흘만에 나온 조치로 롯데마트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롯데마트가 보상 액수를 줄이기 위해 보상금 지급을 늦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롯데마트 측은 “오해이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보상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칙없이 보상을 하는 것은 자신들이 내민 보상 약속 취지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롯데마트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롯데마트가 적극적인 보상의지를 피력한 만큼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받아들이고 피해자들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도리라는 시각도 많다.

사실 롯데마트의 사과는 출발부터 의심을 받았다. 롯데마트는 피해자들이 하나씩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5년여간을 ‘모르쇠’로 일관해오다 최근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갑작스럽게 사과를 했다. 롯데마트의 '겉과 속'이 너무 다르다는 피해자들의 분노가 터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어에는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란 말이 있다. 혼네는 진심, 다테마에는 겉으로 드러내는 마음을 의미한다. 다테마에는 속되게 말하면 '립서비스'정도 된다. 이는 직접적인 의사표현을 부담스러워 하는 일본인들의 의식을 드러낸다고 한다.

지난해 ‘형제의 난’을 거치면서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졌다. 한국 롯데 지주사격인 호텔롯데를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배하는 지배구조가 드러나고, 주력기업 중 상당수가 외국투자기업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 ‘원톱’으로 올라선 신동빈 회장의 한국어 구사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어쩌면 안과 밖에 다르다는 비판을 산 이번 롯데마트의 행보는 근본적으로 이런 기업문화에서 파생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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