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출범 후 최대 적자, 올 1분기 순익도 35% 급감
STX·대우조선에 2.2조원 물려…'충당금 폭탄' 또 맞을 수도

▲ 농협금융지주가 조선·해운업계의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 적립 여파로 실적 악화에 직면한 가운데 농협금융의 핵심 자회사인 농협은행의 조선·해운 관련 여신이 2조원을 넘어서면서 구조조정 기업의 생사 여부에 따라 수천억원대의 충당금 폭탄을 또 다시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금융지주 본사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 후폭풍이 농협금융지주를 강타하고 있다. 농협금융의 핵심 자회사인 농협은행이 STX조선해양 대출에 쌓은 대규모 충당금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적자 수렁에 빠진 상황에서 올 1분기에도 창명해운의 법정관리 여파로 당기순이익이 35% 가량 급감했다.

현재 구조조정이 추진 중인 STX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에 물려 있는 여신 규모만 2조원이 넘는 데다 최근에는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농협금융 입장에선 '구조조정 악령'을 털고 예전만큼의 실적을 회복하기까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3일 농협금융에 따르면 올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89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5%(482억원) 줄었다. 농협중앙회에 내는 명칭사용료를 합칠 경우 전년보다 20.9%(425억원) 떨어진 160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농협금융의 순익 감소는 조선·해운업종 부실기업에 대한 과도한 충당금으로 주력 계열사인 은행 실적이 악화된 결과다. 농협은행의 1분기 충당금 전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1.9% 급증한 3328억원에 달했다. 창명해운에 1944억원, STX조선해양에 413억원, 현대상선에 247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의 1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보다 64.2%(578억원) 줄어든 322억원에 그쳤다. 

농협금융은 지난해에도 STX조선해양 관련 충당금 영향으로 '어닝쇼크'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연결기준 순익은 4023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7.7%(3662억원) 급감했고, 4분기에는 217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2012년 농협금융 출범 이후 분기 단위 최대 적자다.

농협은행의 순익(1763억원)도 반토막이 났다. 대우조선해양 여신이 부실 가능성이 높은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된 데다 STX조선해양에 대해 추가로 50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건전여신을 확대하고 수수료 수익이 증가했지만, STX 등 조선·해운 관련 충당금 부담으로 목표손익인 6800억원을 달성하지 못했다"며 "수익성 확보와 건전성 관리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농협금융의 실적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올 2분기에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공포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농협은행이 주채권은행인 중견해운사 창명해운은 지난달 11일 서울중앙지법 제3파산부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농협은행은 창명해운 여신 4000억원에 대해 충당금 1944억원을 쌓았다. 농협은행이 올 1분기에만 창명해운 등 조선·해운업종에 적립한 충당금은 3328억원에 달한다.

현재 농협은행은 STX조선해양에 7700억원, 대우조선해양에 1조5000억원의 여신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생사 여부에 따라 농협은행의 향후 실적이 결정되는 셈이다. 만약 이들 조선사 중 하나라도 무너지게 되면 농협은행은 또 다시 수천억원대의 충당금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게다가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이 추진 중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도 각각 758억원, 761억원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갖고 있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운업종 구조조정으로 최대 투자자인 지역단위 농협 등 상호금융기관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해운업종에서 시작된 구조조정이 조선업종에서도 진행되는 만큼 국내 은행권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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