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신음이 커지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보상은 커녕 제대로 된 사과 한 마디 없는 이마트와 애경그룹의 태도가 공분을 사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추가 조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자사 상표를 달고 살균제를 팔던 때와 비교하면 너무 궁색한 변명이라는 지적이다. 피해자는 있는데 원인 제공자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마트와 애경을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마트는 ‘이플러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 애경산업은 SK케미칼이 제조한 제품에 자사의 상표를 붙인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두 제품 모두 CMIT('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 MIT(메칠소치라졸리논) 성분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제품 사용으로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비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가습기 메이트'를 사용하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300여명에 달하고 이중 사망자는 28명에 달한다. '이플러스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중 39명이 피해를 입고 그중 10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이마트와 애경은 현재 사과와 보상 모두 거부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2012년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에서 CMIT, MIT와 폐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임소재가 불투명한 만큼 사과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애경의 경우 자신들은 물건을 팔기만 했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가습기 메이트'에 애경 로고가 붙어 있어 애경 제품으로 생각하고 구매한 소비자가 많다.

더욱이 두 기업은 도의적인 차원의 구상금 지급도 거부하고 있다. 구상금은 정부가 피해자에게 장례비나 치료비를 먼저 지원한 뒤 가해기업으로부터 해당 금액을 징수하는 것이다. 이는 구상금을 이미 지급한 산도깨비(제조)-다이소(판매)와는 대조된다. 구상금 규모를 떠나 피해를 호소하는 국민이 넘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보여준 대응이라고는 믿기 힘들다는 피해자들의 반응이 나온다.

이마트와 애경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들이 폐 질환 이외의 다른 질환을 앓아온 것으로 확인되고, 환경부가 다시 이들 성분에 대한 독성 조사를 실시하기로 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은 지난 3월 정용진 부회장 등 이마트 전·현직 임원 50명과 애경 임원 19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즉각적인 사과를 거부한 두 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조사도 예고됐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지난 8일 당정협의회에서 국회 차원의 가습기살균제 진상조사와 청문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폐 이외의 장기 손상에 대한 역학조사, 옥시제품 외 소독·살균제 전수조사 등이 주요 골자다. 이는 야당이 적극적으로 요구해온 사안으로 청문회 개최는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마트를 경영하는 정 부회장 등이 청문회 증인으로 소환될 수 있다.

정치권과 검찰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수사로 국민 생명에 위협을 가한 ‘범죄행위’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식의 천민자본주의에 대한 강력한 경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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