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금수저’ 이재용, 합병 통해 '총수' 발판…주주는 손실 ‘눈덩이’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결정한 지 1년여 만에 주가가 반 토막이 나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합병결정이 나온 시점 이후로 하락세로 돌아선 삼성물산 주가차트.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합병을 결정한 지 1년여 만에 삼성물산의 주가가 반 토막이 났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합병공시 이후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한 것을 두고 ‘시장이 원한다’며 합병의 당위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시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삼성물산을 '외면'하고 있다.

삼성물산 주가는 25일 전일 대비 1000원(+0.85%) 오른 11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1년전과 비교하면 사실상 반 토막 수준이다. 시너지를 강조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법인이 공식출범한 이래 주가 하락폭은 더욱 깊어진 상황이다.

외인과 기관이 삼성물산 주식을 팔아치우며 주가하락에 일조했다. 이를 개인이 받아갔지만 하락세는 이어졌다. 하락폭이 깊어지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합병 주총에서 ‘백기사’ 역할을 했던 국민연금도 꾸준하게 주식매도에 나서고 있다.

▲ 삼성물산 주가 하락폭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외인과 국민연금 등 기관은 주식매도, 개인은 매수로 대응하고 있다.

외인과 기관의 외면에는 실적부진의 여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4분기 890억원 적자에 이어 1분기에도 4450억원의 연속적자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실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동부증권은 “삼성물산 건설사업이 추진해온 건설 프로젝트의 추가 손실 가능성으로 실적개선 시점을 예측하기 힘들고 바이오 부문의 영업이익 흑자전환도 2018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막대한 자본투입과 오랜 연구기간에도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은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이 역시 미지수다. 이에 따라 이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15만6천원에서 13만2천원으로 떨어트렸다.

건설업과 바이오를 투톱으로 강력한 시너지를 내겠다는 삼성 측의 포부실현은 아직 요원한 모습이다. 합병당시 삼성물산은 건설과 바이오의 시너지를 통해 2020년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을 달성하고 삼성전자와 함께 그룹 대표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삼성은 우여곡절 끝에 합병을 성사시켰다. 삼성은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합병을 반대한 엘리엇과의 치열한 공방 끝에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외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통하지 않고 찬성에 나선 국민연금 등이 힘을 보탰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주총표결을 코앞에 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는 사실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수박을 들고 주주설득에 나선 삼성물산 직원들의 노력이 외신을 타기도 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측의 수박 선물을 광고전과 더불어 엘리엇과의 대결에서 맞선 삼성의 ‘무기’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출범했다. 그동안 'BW 헐값 발행', '일감몰아주기' 등 숱한 의혹이 일었지만 이 부회장은 통합법인의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면서 확고한 그룹 지배력을 확보했다. ‘총수 이재용’이 보다 분명해지는 계기가 됐다는 재계의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합병에 찬성한 일반투자자들은 현재 막대한 평가손실에 시달리고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재벌가에서 대표적인 '금수저'로 통하는 이 부회장은 2000년 ‘e삼성’ 실패 이후 아직까지 자신이 주도해서 내놓은 뚜렷한 경영성과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더욱 문제는 사실상 e삼성 실패를 삼성 계열사들이 떠안으면서 이 부회장이 자신의 실패에 대한 책임에서 비켜났다는 점으로, 지난해 합병으로 사실상의 그룹 총수자리에 오른 이 부회장이 책임경영과 비전실현을 통해 장장 16년여 간 지속된 ‘경영능력 검증’ 꼬리표를 이제는 떼어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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