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입장 자제하더니 누리꾼 댓글 모아 보도자료 뿌려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SK텔레콤-CJ헬로비전 입수합병 불허 결정이 나온 이후 KT가 뿌린 보도자료가 도마에 올랐다. 아직 공정위 전원회의 등의 과정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KT가 자체 공식입장이 아닌 누리꾼들의 댓글을 모아 자료로 만들어 유포한 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업계의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

최근 공정위는 SK텔레콤-CJ헬로비전 M&A 심사보고서에서 경쟁제한을 이유로 주식 취득 및 합병금지 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합병법인의 방송이 23개 권역 중 21곳에서 1위가 돼 독점이 우려된다는 판단아래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정이 나온 이후 SK텔레콤은 공식입장자료를 내고 “유감”의 입장을 밝혔지만 그동안 '독점'을 이유로 양사의 합병을 받대해온 KT는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공정위가 불허 결정을 내렸지만 최종 결론까지 아직 여러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KT는 일부 매체를 대상으로 이번 결정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뿌린 ‘SKT,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불허… 소비자 환영’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는 이번 판결에 대한 인터넷 기사 댓글 등의 누리꾼들의 반응이 담겼다. 합병이 통과됐다면 SK텔레콤의 과점 체제로 소비자들의 피해가 불가피 했다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자료에서 KT는 누리꾼들이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며 “무엇보다 이동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그동안 끼친 폐해가 확산될 것이라는 의견이 눈길을 끌었다”고 전했다.

출처가 불분명한 집계 조사도 담겼다. KT는 공정위 결정이 전해진 5~6일 인터넷 기사에 달린 1400여건의 댓글을 분석한 결과 약 70%가 ‘잘한 결정’이라는 의견을 남긴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통신 독과점 방지를 위한 당연한 조치’라는 요지의 시민단체의 성명도 전했다.

하지만 KT는 공정위가 유료 방송 시장점유율을 전국이 아닌 권역별로 시장을 획정한 것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는 내용은 거론하지 않았다. SK텔레콤 측은 CJ헬로비전과 합병해도 가입자수가 718만명(25.8%)으로 KT의 817만명(점유율 29.4%) 보다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 기준으로 점유율을 따지면 유료방송시장에서 1위는 KT(29.4%)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는 2위 CJ헬로비전(14.8%) 보다 두 배가 넘는 시장점유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논란은 쏙 빼놓고 자사에 유리한 내용만 충실히 담은 자료를 뿌린 것은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KT는 그동안 이번 합병에 대해 "방송통신시장 독점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KT는 지난 4월 '통신사 간 인수·합병이 소비자 통신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CJ헬로비전 주식을 취득한 KT 직원이 CJ헬로비전을 상대로 주총결의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합병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나올 오는 20일 전원회의에는 정재찬 공정위원장, 김학현 부위원장, 7명 상임위원이 참석한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당사자를 비롯해 KT·LG유플러스 등 합병반대진영 관계자들도 참석해 각사의 입장을 피력한다.

한편 KT는 3019억원을 들여 제작한 국가 전략물자인 인공위성 무궁화 위성 3호를 홍콩 위성업체 ABS에 헐값에 매각해 질타를 받았던 곳이다. ABS는 무궁화 3호 위성을 ABS 주식 대부분을 소유한 영국계 사모펀드인 퍼미라 펀드에 1억8400만 유로(한화 약 2708억원)에 매각했다. 올 초 정부의 승인 없이 무궁화 3호를 매각한 전 KT 임원들에게 고작 2천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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