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이어 시중은행 등 인수·투자 잇따라
수익·핵심기술 빼먹고 버리는 '먹튀' 재현될까 우려

▲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한 중국계 자본이 보험업에 이어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가운데 수익 극대화만 좇는 경영행태와 핵심기술·노하우만 빼먹고 버리는 '먹튀' 가능성 등 중국 자본의 국내 시장 침투가 가져올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차이니 머니'의 국내 금융시장 공습이 거세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한 중국계 자본은 이미 보험업에 이어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까지 빠르게 손을 뻗치고 있다.

국내 금융권에서 중국계 자본의 입김이 갈수록 커지면서 이들의 국내 침투가 시장에 가져올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인수기업의 질적성장을 이끄는 '진정한' 주인의 역할보다는 외국자본의 속성인 수익 극대화만 좇는 경영행태와 핵심기술·노하우만 빼먹고 버리는 '먹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안방보험은 지난해 2월 동양생명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초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의 새주인이 됐다. 이에 따라 안방보험은 총 39조2219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두 생보사를 보유 중이다. 이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NH농협생명에 이어 업계 5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중국 거대자본인 안방보험이 한국 시장에 문을 두드린 것은 2014년 우리은행 인수전에 참가하면서부터다. 당시 안방보험은 우리은행 매각 예비입찰에 제안서를 제출했으나 다른 경쟁자가 없는 바람에 경쟁입찰 조건에 맞지 않아 인수가 무산된 바 있다.

안방보험은 연내 민영화에 도전하는 우리은행의 유력한 잠재적 매수 후보로 또다시 거론되고 있다. 이번에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중 30~40%를 4~10%씩 쪼개 파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추진하고 있어 여러 인수자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안방보험 이외에도 다수의 중국계 자본들이 국내 금융사 쇼핑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ING생명 매각 협상에 나서거나 실사에 착수한 곳은 홍콩계 사모펀드인 JD캐피털과 중국계 전략적 투자자인 푸싱그룹과 태평생명 등이다. 총자산 30조원의 ING생명까지 중국계 자본에 넘어가면 4월 기준으로 생보업계 총자산 744조8821억원 가운데 9.6%(71조6260억원)를 중국계 자본이 차지하게 된다.

중국계 자본의 국내 보험시장 진출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오는 9월 산업은행에서 공고를 내고 매각 절차를 밟을 예정인 KDB생명과 잠재 매물인 PCA생명 역시 중국계 자본이 유력한 매수 후보로 꼽히고 있다.

올해 안에 출범하는 인터넷전문은행에도 중국 자본이 참여한 상태다. 케이뱅크에는 중국의 최대 전자결제 회사인 알리페이가, 카카오뱅크에는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가 각각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최근 급성장을 거듭하는 P2P(개인간)금융산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계 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진출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대규모 투자와 자본 유치, 업계 활력 제고 등 긍정적인 시각이 있는가 하면 외국계 최대주주의 '먹튀' 행태와 국내 금융산업의 전문성 유출 등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못한 보험사를 선뜻 사들일 만한 곳이 국내에는 많지 않다 보니 중국계 자금의 투자 확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중국 자본이 국내 보험사의 안정적인 경영을 이끌고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주인들이 무분별한 인력 구조조정이나 고액배당 등 수익 극대화에만 치중한 경영행태를 수없이 지켜봐왔다. 과거 쌍용자동차 등에서 핵심만 빼가고 버렸던 중국계 자본이 금융권에서 유사 행태를 반복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외국계 자본이 국내 기업의 M&A를 촉진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돈만 추구하는 습성으로 인해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이나 지속가능 경영의 관점에서 접근하기 힘들어지고, 부당한 정리해고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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