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결과보다 조 전 사장 재판 과정서 “어떤 말 나올까” 관심 집중
오리온 2인자 자리는 신세계서 옮긴 허인철 부회장 차지

▲ 과거 ‘담철곤의 남자’ 조경민 전 사장이 오리온 오너일가인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을 상대로 200억원대 소송을 제기하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광복절 특사 가능성이 제기된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새로운 악재를 만났다. 오리온의 탈세와 동반성장지수 낙제점으로 기업철학에 대한 물음표가 제기된 상황에서 이번에는 담 회장의 횡령 사건에 가담할 정도로 최측근이었던 조경민 전 오리온 전략담당 사장이 소송을 제기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조 전 사장은 지난 22일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를 상대로 200억원 규모의 약정금 청구 소송을 서울북부지법에 제기했다. 담 회장 부부가 20여년 전 주식가격 상승분의 10%를 지급하기로 약속을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조 전 사장은 1992년 회사를 그만두려던 자신을 담 회장이 붙잡고 신사업 육성 조직인 ‘에이펙스(APEX)’를 맡아달라고 했으며, 그 대가로 담 회장 부부 지분 상승분의 10%를 지급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1만5000원이던 주가는 이날 기준 92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담 회장의 오리온 지분율은 12.90%, 이 부회장은 14.48%다.

이에 대해 오리온 측은 “황당하고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건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다만 소송 결과가 아니라 조 전 사장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그가 오리온에서 28년 동안 근무하면서 담 회장에게 인정을 받아 사장까지 오른 입지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조 전 사장은 300억원대의 회사 돈을 쌈짓돈처럼 주무른 담 회장의 횡령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을 정도로 담 회장과의 관계가 긴밀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그에겐 ‘2인자’나, ‘금고지기’라는 말이 따라붙기도 했다.

2012년 담 회장과 함께 집행유예로 풀려난 조 전 사장은 수개월 뒤 스포츠토토 비자금 의혹으로 다시 재판에 넘겨져 2013년 징역 3년형을 받았다. 당시 검찰 수사에서는 비자금중 일부가 담 회장 일가에 흘러들어갔다는 진술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적으로 조 전 사장의 개인비리로 재판은 마무리됐다. 그 과정에서 조 전 사장은 2012년 해임처분을 받고 스톡옵션부여도 취소당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죄를 저지르긴 했지만 조 전 사장이 수십년간 오리온에서 근무하면서 담 회장을 도와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충성을 다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소송 결론은 지켜봐야겠지만 이런 사람이 법적 시비가 불분명한 구두약속을 가지고 오너일가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인 데는 사실상 배신감이 있었를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사장이 떠나간 ‘2인자’ 자리에는 현재 허인철 부회장이 올라서 담 회장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허 부회장은 ‘리틀 구학서’로 불리며 신세계 2인자로 일컬어졌던 인물이지만 국회 골목상권 청문회 등에서 오너일가와 불화설이 불거진 뒤 2014년 7월 오리온으로 자리를 옮겼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조 전 사장의 소송전이 현재 ‘담철곤의 남자’로 급부상한 허 부 회장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설 지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담 회장은 지난 2012년 스포츠토토의 비자금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인사 수용권 거부'를 이유로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스포츠토토의 대표를 해임하면서 ’대주주의 인사전횡‘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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