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 공고후 내부 직원 뽑아…면접 탈락자들 “채용들러리” 반발

[울산=중소기업신문 기획취재팀]공기업의 채용 비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방의 한 공기업에서 내정자 채용 의혹이 제기돼 지원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공기업 일반직(사진) 6급 공개채용에 지원한 A씨는 6월27일 최종 면접을 봤지만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A씨는 탈락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었다. 채용과정에서 이미 내정자가 있어 공정한 경쟁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A씨는 합격자 발표가 두려웠다. 지원자 중 한 명인 B씨가 해당 공기업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사실을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뒤 불안감이 엄습한 탓이다. A씨는 설마하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지만 결국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지원자들도 B씨를 내정자로 의심해왔다.

이에 A씨는 해당 공기업에 항의 전화를 했다.

지원자A  : 혹시 B씨가 합격한건가요?
공기업 관계자 : 말씀드리기가 곤란한데요 본인 것만 확인 가능합니다.
지원자A  : 다른 분들은 다 안 되신 것 같은데 B씨가 합격하신 것 같거든요. 제가 면접 가기 전에 홈페이지를 보니까 사진직으로 이미 근무를 하고 있던데요, 혹시 그분이 채용된 건가요? 
공기업 관계자 : 담당자와 통화해보시겠어요? 뚜우, 뚜우(전화 끊김)

A씨는 "면접이 중요한 평가 요소 중 하나인데도 불구하고 B씨의 답변은 큰 점수를 받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며 "면접을 보기 위해 월차를 내 지방까지 내려갔는데, 들러리가 된 기분이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면접관 5명 중 4명이 내부 사람으로 구성돼 있고, 평가기준과 점수가 공개되지 않아 최종 면접자 모두 내정자 채용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최종 면접에 탈락한 A씨 등은 이 공기업에 면접자 기준과 결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 공기업은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지원자 본인 것밖에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과 함께 내정자 의혹을 일축했다.

해당 공기업은 기존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던 B씨의 지원과 채용에 전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또 B씨가 지난 10여년간 근무한 경력은 모집요강(▲관련 분야에 대한 실무경력이 풍부한 자 ▲국가기관 및 공공기관에서 사진관리 관련 분야 실무경력이 있는 자)에 공고한 것처럼 가산점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공기업 관계자는 “면접자들이 오해할 수 있지만 채용은 분명 투명하게 이뤄졌다”며 “더구나 10여년을 열심히 일한 모습이 좋게 적용되지 못하는 것도 이상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공기업 측은 면접자들에게는 개인정보여서 알려줄 수 없다던 합격자를 인정하는 등 일부 과실은 인정했다. 공기업 다른 관계자는 “사진업무를 했던 그분(내정의혹 지원자 B씨)이 지원한 것은 맞지만 홍보 분야 일반직 6급 티오가 생겨 거기에 지원을 한 것”이라며 “내정된 것은 절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지원자들이 의혹을 제기한 합격자가 B씨가 맞다는 설명이다.

공기업은 B씨의 면접 시 부적절한 답변에 대해서도 이를 시인했다. 공기업 관계자는 “물론 그분(지원자 B씨)이 면접에서 좀 그랬다(부적절한 답변이 있었다) 하더라도, 인성검사에서 합격했다”며 “면접을 못 봤다는 것은 다른 면접자들이 판단한 것이지, 면접관들이 판단하는 것은 말 잘하는 사람이라던가 답변 잘하는 사람을 뽑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 기업 채용 전문가는 "회사마다 고유의 문화가 있고 필요한 인재상이 다르지만 면접자들이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평가점수 공개나 탈락에 대한 피드백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청년구직자가 느끼는 기업의 채용 관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취준생의 31.1%는 합격자를 내정하고 진행하는 채용 공고나 면접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 '씽크팩트'는 우리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나타나는 잘못된 제도나 관습, 뿌리 깊은 부조리 등을 비판해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기획한 코너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폭넓은 의견에 귀를 기울임은 물론, 각 분야의 바른 목소리를 담아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의 해법들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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