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원대 추가 자구안에 채권단 고개 돌려...내달 초 운명 갈릴 듯

26일 한진해운 채권단이 한진 측이 제출한 5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구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한진해운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이번 자구안에 대해 채권단이 '기대이하'라는 평가를 내리면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한진해운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채권단에 추가 자구안을 제출했지만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 나오면서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6일 한진해운 주가는 전일 대비 220원(-11.99%) 떨어진 1615원으로 마감했다. 한진해운 주가는 지난해 4월 9200원을 기록한 뒤 지속 하락했다.

한진해운은 전일 채권단에 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제출했다. 용선료 협상 잠정결과와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참여, 해외터미널 매각 등이 자구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동안 관심이 쏠렸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출연 가능성도 언급됐다. 다만, 직접적이 아닌 주식 감자 등의 포괄적 사재출연 형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자구안에 대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표정은 좋지 않다. 지금까지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1조원대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보고 한진 측이 최소 7000억원대의 유동성을 마련해야한다고 압박해왔다. 하지만 한진 측은 이미 1조원대 자금을 지원한 만큼 추가로 4000억원 이상은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번 자구안이 한진의 기존 입장에서 1000억원이 늘어나고 손사래를 쳤던 조 회장의 사재출연 가능성까지 시사했지만, 여전히 채권단이 요구한 수준에서 2000억원이 부족하다는 점이 채권단이 고개를 젓는 이유가 되고 있다.

한진해운의 채무 대부분은 회사채 등을 매입한 사채권자와 그리고 해외 선박금융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전체 채무중 채권단 대출금 비중은 14%에 그친다. 만약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가더라도 채권단이 물리게 될 금액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무리하게 추가 지원에 나설 이유는 없다.

더욱이 채권단이 그동안 추가 자금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수차례 천명해왔다는 점에서도 채권단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되는 이번 자구안을 그대로 받아드리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이날 채권단회의를 소집해 한진해운의 자구안을 공식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날 구체적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고른 시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자율협약 종료 시한인 내달 4일까지는 시간을 좀 더 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 시점까지 상황에 변화가 없을 경우 채권단이 자구안을 최종 거부, 사실상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할 경우 선주들의 채권 회수에 따른 선박 압류나 해운동맹 퇴출 등으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해지면서 사실상 파산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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