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스펙 쌓는 공장 아냐…‘기본’ 깨우쳐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교육 지향”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가을 하늘이 눈이 시리도록 맑고 푸른 19일 오전 8시30분쯤 서울 성북구 보문로에 위치한 성신여자대학교 돈암 수정캠퍼스에 들어섰다. 강의실로 향하는 학생들이 분주히 움직였지만 소란스럽지 않았다. 성신관 앞 잔디는 잘 다듬어져 있었고, 캠퍼스에는 휴지조각 하나 떨어져 있지 않을 정도로 정갈했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들과 교직원들은 외부인에게 먼저 따뜻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수정(水晶)이라고 붙인 캠퍼스 이름에 걸맞은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창학 80주년인 성신여대는 겹경사를 맞고 있다. 대학교육 질적 개선을 목표로 하는 교육부의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PRIME)에 선정된데 이어 여성공학인재양성(WE-UP) 사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대학 입학전형이 고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선정하는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 대학지원사업'에 3년 연속으로 선정됐고, 국내 대학 교수의 명강의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개강좌인 케이무크(K-MOOC) 사업에도 선정되면서 대학 운용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자는 국제교류사업도 차곡차곡 결실을 맺고 있다. 성신여대의 변화와 발전의 중심에는 심화진(60) 총장이 있다.

▲글로벌 명문 대학으로 가는 성신여대의 변화와 발전의 중심에 심화진 총장이 서 있다. 심 총장의 교육이념은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최고의 여성 인재 양성'이다. 그는 이를위해 '기본'을 깨우치는 것이 대학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먼저 올해로 창학 80주년을 축하드린다.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 발전 방향은.
“성신여대를 창학하신 운정 리숙종 학원장님께 감사드린다. 1936년은 일제 치하로 학교 설립이 매우 어려운 시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과 국가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학교를 설립하셨다. 지금도 여성을 잘 교육시켜 국가에 헌신하라는 설립 이념에는 변함이 없다.”

-캠퍼스가 매우 깨끗하고 관리를 잘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학교 행정의 출발이라고 여겨지는데,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점이 있나.
“대학의 존재 목표는 공부뿐만이 아니라 예(禮)와 도리를 일깨워 더불어 살아가고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참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즉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성신인’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어릴 때부터 식사를 하면서 선친께 받은 ‘따끔한’ 가르침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훌륭한 지침이 됐다. 아이들을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른의 역할이 중요하고 대학 역시 스펙 쌓는 곳이 아닌 ‘사람’을 길러내는 곳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년 다도(茶道)대회를 여는 것 역시 예절과 전통의 자연스런 학습을 위한 일환이다.”

-대학마다 구조조정으로 시끄럽다. 성신여대는 학내 반발이 없었나.
“산업구조가 급격히 바뀌고 있는데 대학만 그대로일 수는 없다. 2007년 총장직에 취임과 동시에 구조개혁에 착수했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외부에 컨설팅을 의뢰해 ‘문화와 건강복지’로 발전 방향을 정했다. 하지만 자신의 학과가 없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 학생과 교수의 반발에 직면했다. 온갖 비난이 쏟아졌지만 학교 발전을 위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판단을 바꾸지 않았다. 급기야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했다. 보직교수들은 감금사태를 걱정했지만 저는 이를 피하지 않고 학생 대표와 만나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며 이해를 구했다. 결국 학생들도 제 선택을 학교발전을 위한 것이라며 이해했다.

현재 정부의 주목을 받고 있는 융합문화예술대학은 구조개혁의 결실로 2011년 설립됐다.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던 메이크업디자인학과는 지금 중국에서 열풍이 일고 있는 K-뷰티의 견인차로 떠올랐다. 초기에는 반발에 직면했던 것이 지금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교수 채용에 대해서도 반발이 있지 않았나.
“학위만 있다고 해서 교수를 뽑는 시대는 지났다. 최고의 전문가가 교수가 돼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가령 융합문화예술대학 김주원 교수는 학위는 없지만 러시아에서 인정받은 발레리나다. 서류가 아닌 철저한 능력 중심의 교수진 선정도 융합문화예술대학 성공 요인의 하나다.”

-성신여대가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PRIME), 즉 ‘프라임 사업’에 선정돼 교육부에서 올해부터 3년간 165억원의 지원을 받는다. 학교가 크게 발전할 것 같은데, 비전을 설명해 달라.

“학교 설립 이래 이렇게 큰돈을 국가에서 지원받기는 처음이다. 앞으로 여성 이공계 인력이 7만명 부족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지원받은 돈을 허투로 쓰지 않고 인재 양성하는데 쓰겠다.

우리대학의 목표는 사회수요기반의 구조개혁과 지식프로슈머 양성이라는 목표아래 ‘미래 지식서비스와 소프트산업을 선도하는 여성인재 양성’이라는 ‘성신 비전(VISION) 2025’를 구체화하는 것인데, 이미 우리대학이 자리를 잡은 만큼 이번 사업을 통해 더욱 고도화시킬 계획이다. 산업이 급변하면서 1학년 때 배운 기술이 졸업하는 4학년 때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현장실습과 인턴십이 강화된 교육과정과 산업전문가가 참여하는 프로젝트 프로그램, 기업-대학 교육협의체를 통한 선도공학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신설되는 지식서비스공과대학은 Data·Service Tech School(융합보안공학과‧서비스·디자인공학과‧컴퓨터공학과‧정보시스템공학)과 Bio·Energy Tech School(바이오식품공학과‧바이오생명공학과‧청정융합에너지공학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여성의 세심함을 반영해 융합보안과 서비스, 디자인, 바이오, 에너지 등에 중점을 둔 것이다.”

-성신여대는 여성공학인재양성(WE-UP) 사업에도 선정됐다. 어떻게 학생들의 능력을 끌어올릴 계획인가.

“과거의 기술이 제조업과 하드웨어에 중심이 맞추어져 있다면 미래의 기술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어 기술역량에 감성과 창의성을 융합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아모레 퍼시픽 등의 성공사례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혁신 기술과 비즈니스 창출능력, 고객 중심의 배려는 여성 인재들이 강점을 가지는 분야다. 우리 대학은 일반적인 공대가 아닌 여성의 장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장애인들이 어떻게 하면 차를 편안하게 탈 수 있고, 어떻게 하면 옷을 입을 때 편하면서도 환경과 연결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고민을 결과물로 만들어 낼 수 있게 교육시킬 것이다.”
 
-해외대학과 교류가 많고 관리를 잘 해 교육부가 2014년 성신여대를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역량 인증기관’에 선정했다.

“우리대학은 해외 26개국 157개교와 학술교류협정을 맺을 정도로 국제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해외파견 교환 학생수는 401명이며, 국내유치 외국인 교환학생수는 226명에 달한다.

해외교류 가운데 성과가 가장 뛰어난 것은 2013년부터 중국 허베이과기대학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한중합작 의류디자인전공이다.

우리대학은 또 한국어와 한국문화 보급에 힘쓰고 있는데, 허베이과기대학에 개원한 '스자좡 세종학당'은 문화체육관광부 세종학당재단으로부터 2016년에는 2015년에 이어 연속 '세종학당 시설개선 지원사업'과 '한국어·한국문화 교육자료 지원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내년에는 실크로드의 관문인 중국 간쑤성에 위치한 대학과 연계해 중의술을 기본으로 하는 한방·치료·미용을 접목시킨 중의학아카데미를 개소하는 등 새로운 학문 개설도 추진할 계획이다.”

-재학생 10명 가운데 8명이 혜택을 받을 정도로 장학금 지급액이 국내 사립대학 가운데 최고다. 비결이 무엇인가.

“성신여대는 2015학년도 결산 기준 재학생 1인당 장학금 지급액이 384만7800원으로 수도권 사립대학 중 1위를 차지했다. 다른 여대와도 지급액이 50여만원 차이가 날 정도로 월등하다. 이는 학생들이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실질 등록금 부담률을 50.5%까지 낮춘 것이며, 반값 등록금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전체 재학생 가운데 79%가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는데, 비결이라고 할 건 없지만 정직하고 효율적인 재정 집행을 하고 있다고 이해해 달라. 앞으로도 꿈과 열정이 있는 학생들이라면 금전적 부담 없이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는 '미술관 강의실'로 잘 알려져 있다. 운정그린캠퍼스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 160여점이 전시돼있다.

-지난해 도봉로에 위치한 운정그린캠퍼스 강의실을 유명 작가들의 미술 작품을 걸어 놓은 ‘캠퍼스 뮤지엄’으로 탈바꿈시켰는데.

“학생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유명 화가들의 주요 작품을 강의실 벽과 복도에 설치해 놓았다. 건물 중앙 나선형 계단에도 미국 뉴욕에 있는 구겐하임미술관처럼 작품을 걸어 놓았다. 학생들이 좋은 작품을 많이 감상할수록 예술적 소양이 깊어지는 것이다.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해주신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구자승 김영재 류민자 민경갑 유휴열 유희영 전뢰진 전준 제정자 최만린 최예태)가 11명에 이르고 작품이 160여점에 달한다.

지난 4월에는 창학 80주년을 맞아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마니프조직위원회와 함께 ‘국제조각전’을 개최해 국제적으로 인지도 높은 조각가 9명의 대형 작품을 설치해 놓았다.”

▲성신여대 학군단은 올해 ‘6.25 참전용사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성신여대 학군단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6.25 참전용사들을 만나 봉사활동을 펼치며 전쟁의 참혹함과 호국정신의 중요성을 깨우쳤다.

-성신여대 학군단은 전국 남녀 학군단이 모두 참여하는 동계군사훈련에서 2014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015년 국방부 주관 학군단 설치대학평가에서 전국 110개 학군단 가운데 최우수 학군단으로 선정됐으며, 올해 임관식에선 대통령상 표창 후보생과 최초의 여대 출신 해병대 장교를 배출해내기도 했다.

“학군단이야말로 국가와 사회발전에 공헌하는 여성 지도자를 육성하겠다고 선언하신 리숙종 학원장님의 건학이념에 부합되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국가와 사회에 공헌할 장교후보생이기에 저는 학군단 후보생들이 그 어떤 학생들보다 우리 대학의 교육이념인 ‘성신(誠信) 지신(知新) 자동(自動)’을 항상 기억하고 체득화할 것을 끊임없이 당부하고 있고, 그에 걸맞게 군사영어와 프레젠테이션, 관심병사 심리상담, 여군이 가장 취약할 수 있는 체력을 증진하기 위한 과학적 개인별 맞춤 체력훈련 등 특화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현역 군인 사이에서도 ‘성신여대 학군단 후보생들은 확실히 다르다’, ‘협동심이 강하다’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고, 학군단이 있어 입학했다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다른 대학은 학군단 해외탐방 프로그램을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떠나지만 우리는 우방인 미국으로 다녀왔다. 버지니아주 알링턴국립묘지를 참배할 때 6·25참전 용사들을 만났는데, 학군단 학생들이 이들에게서 직접 전쟁의 참혹함을 듣고 호국정신의 중요성을 깨우칠 수 있어 유익했다. 앞으로 국군수도통합병원에 입원 중인 병사들과 간부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올해로 5회째인 성신여대 총장배 전국무용경연대회가 성황리에 마쳤다. 최우수자가 성신여대에 입학할 경우 1년간 등록금 전액이 장학금으로 지급된다. 무용대회를 여는 목적은.

“학생들이 무대에 서보는 것이 중요하다. 무대에 올라오는 순간 모든 행위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된다. 학생들이 대회 참가를 통해 많은 경험을 쌓고, 자신의 기량과 잠재 가능성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하는데 큰 의의가 있다. 또한 영재 조기 발굴도 목적이 있다. 심사위원을 무용예술학과 김주원 교수와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선희 교수 등과 같이 최고의 전문가를 위촉하는 이유다.”

-청년실업이 사회적 이슈다. 성신여대는 취업률 제고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성신여대는 대학창조일자리센터를 설치·운영하여 학생들의 진로지도, 취업지원 강화 등에 힘쓰고 있다. 센터를 통해 현장실습 활성화 등으로 재학단계부터 조기에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중소기업 인력 미스매칭 해소에도 노력하고 있다. 성신여대는 기업 채용설명회 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 채용설명회도 확대 개최하고 있으며, 업종·직종별 다양한 중소기업 인턴 체험 기회를 확대해 인식 변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최근 서울시·서울고용노동청 등이 공동 주최한 기업분석경진대회 ‘청년들의 기업설전’에서 성신여대 6개 팀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입시철이다. 어떤 학생들이 지원하길 원하나.

“대학과 학과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분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로 연결될 수 있는 학문 분야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그것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신여대에 와서 꿈을 이루는 수험생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대담=신진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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