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5대 대통령 선거, 예상 깬 도널드 트럼프 당선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세계 무역환경 악화 불가피
中企 "수출 타격 불보듯…종합지원책 마련해야"

▲ 극심한 내수침체 속에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는 중소기업계가 한국을 포함한 세계경계에 불어 닥칠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주의' 후폭풍에 수출 부진이 가중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사진=pixabay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되는 '대이변'이 연출됐다. 트럼프가 대외무역 정책에 있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극단적인 보호무역'을 강조해 온 만큼 전반적인 무역환경이 현재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뜩이나 극심한 내수침체 속에 중국 등 신흥국의 수출길마저 좁아지고 있는 중소기업계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경계에 불어 닥칠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주의' 후폭풍이 얼마나 거셀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는 8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열린 대선 투표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개표 결과 트럼프는 3대 경합주인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를 석권하는 등 경합주에서 큰 승리를 거두고 전통적인 우세주를 대부분 지켰다.

그동안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다는 공약을 내건 만큼 향후 상당기간 한국의 수출 환경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대선 유세를 치르면서 트럼프는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옹호했던 미국 공화당의 기조에서 크게 이탈하면서 노골적인 보호주의를 주장해왔다.

특히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철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멕시코·중국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부과 등 보호무역 조치를 입에 올리며 무역 상대국을 긴장시켰다. 또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깨진 약속' '일자리 킬러'라고 비판하며 전면 개정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극단적 조치는 의회 협조가 필수적이고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은 게 사실이지만, 통상정책 방향 자체가 공격적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내 주력산업 수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산업연구원(KIET)은 최근 '미국 대선 이후 경제정책의 변화와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미국의 통상정책은 매우 공격적으로 변할 것으로 보여 대미 수출을 포함한 국내 주력산업의 수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미 FTA 철회나 재협상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가 아니더라도 반덤핑이나 상계관세와 같은 무역제한 조치가 강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우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선 이후 대미 통상환경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개별적인 통상현안별로 미국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조치와 한국에 대한 시장개방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라며 "당장에 한·미 FTA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TPP 협상 재검토와 연계해 서비스산업의 조기 개방 등의 요구가 증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세계경제는 경기·무역의 회복세 지연, 영국의 EU탈퇴(브렉시트) 결의, 선진국의 제조업 부진 등으로 무역 확대의 역동성이 현저히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각국은  비관세장벽(반덤핑, 상계관세) 강화 등을 통해 보호무역 조치를 확대하고 있고, 이에 따라 무역량도 꾸준한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와 제조업 공급과잉, 자국의 산업육성 등의 여파로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부진한 회복세 영향으로 성장 파이가 줄어들면서 각국 모두 내수와 자국기업 성장 중심의 전략을 구사하게 되고, 각국이 교역효과가 낮은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내수 성장을 추진하면서 국가간 수출입 수요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대외지향적인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과거와 같은 양적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수출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스마트 지식기반 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는 등 수출구조를 개선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의 수출 전선에는 먹구름이 잔뜩 낀 상태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은 10.2% 감소해 세계수출(-6.2%)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1~9월 수출도 8.5% 감소한 3632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수출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13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와 기업구조조정, 청탁금지법 시행 등의 여파로 가계의 소비심리는 갈수록 위축되는 데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등 신흥국과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의 체감경기는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실제로 국내 중소기업의 절반 가량은 수출입경기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호전될 기미가 없다는 전망을 내놨다. IBK경제연구소가 최근 기업은행과 거래하는 중소기업 101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중소기업의 54%는 올해 수출입 경기를 '나쁘다' 혹은 '매우 나쁘다'로 평가했다.

특히 조사 대상 기업의 절반에 가까운 47%가 내년 수출입 경기가 올해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답했고, 악화될 것이라고 답한 기업도 32%나 됐다. 중소기업들은 수출입 경기 악화를 전망하는 이유로 수출국의 경기 부진 심화(43%), 수출국의 수입규제 강화(18%), 원자재비용 상승(18%) 등을 꼽았다.

최악의 수출부진 속에 미국 트럼프 정부가 자국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조치를 잇따라 내놓을 경우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대기업이 1차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이들과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의 2차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점도 중소기업의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내년 이후 다소 누그러진다고 하더라도 일단 수입규제 대상이 되면 최악의 경우 수출 자체가 어려워지고 중소기업은 존폐의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며 "정부와 기업들은 당분간 수입규제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사전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표출해 왔고, 이에 따라 글로벌 무역 감소에 따른 우리 경제의 위축이 우려된다"며 "정부는 미국의 신보호무역주의 기조로 인한 국제통상질서 재편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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