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미 환율보고서 발표·프렉시트 가능성 등 집중
대우조선 등 구조조정 여파·정치적 불확실성도 여전
"과도한 불안심리가 원인…경제적 파장 최소화해야"

▲ 오는 4월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과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만기 등이 집중된 가운데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우리나라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고개를 들면서 '4월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pixabay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연초부터 한국 경제에 위기설이 퍼지고 있다. 오는 4월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과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만기 등이 집중된 가운데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우리나라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고개를 들면서 '4월 위기설'이 점차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부는 발생가능성이 희박한 과장된 루머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저상장의 장기불황에 갇혀 경제 비관론이 팽배해지고 있는 한국 경제의 암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4월과 10월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관찰 대상국은 심층분석대상국(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 위한 전 단계로, 환율 조작국으로 볼 수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경제 동향과 환율 정책을 모니터링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은 현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200억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대비 3% 초과), 환율시장의 일방향 개입 여부(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3가지를 모두 충족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우리나라는 이 중 2개(대미 무역흑자, 경상흑자)만 해당한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중국을 상대로 한 환율조작국 지정, 고율의 징벌관세 부과 등의 방안을 제시하며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전쟁 위협을 고조시켜왔다.

미국이 4월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경우 우리나라에 불똥이 틜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 위해선 기존 기준을 완화하거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렇게 될 경우 한국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4월 위기설의 뿌리도 미국 환율보고서 결과에 있다.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우리나라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만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고 해도 미·중 간 갈등 고조,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세계 교역량 둔화 등으로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4월에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에서 유럽연합(EU) 가입이 프랑스 경제에 불리하다며 '프렉시트'를 대표 공약으로 내건 마린 르펜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도 위기설의 진원지로 작용하고 있다. 프랑스가 EU에서 탈퇴하면 당장 유로화가 급락하고 유로존 주요국 국채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 

국내 안팎의 상황도 4월 위기설의 주요 근거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악화 우려다. 최근 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갚아야 할 회사채는 1조원에 달한다. 당장 4월 21일 만기가 돌아오는 4400억원을 갚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불확실한 정치상황과 내수부진도 경제 위기설을 불러오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 등의 결과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4월 위기설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과 프랑스 대선과 연관된 프렉시트 리스크가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지만, 위기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4월 위기설에 대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4월 위기설은 과장됐고 실제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의 위기론은 한국 경제를 둘러싼 각종 대내외 불확실성과 과도한 불안심리가 낳은 우려의 표현"이라며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기 보다는 4월 위기론의 근거로 지목된 대내외 이벤트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는데 정부와 민간이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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