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대우건설 기업가치 올린 뒤 매각할 가능성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대우건설이 회계감사에서 ‘적정’의견을 받으면서 상장폐지 우려를 말끔히 털어냈다. 대우조선해양 등에 대한 부실관리로 여론도마에 오르면서 대우건설 매각 흥행을 통해 성공적인 부실기업 재건 스토리를 쓰려했던 산업은행의 어깨도 가벼워질 전망이다.

17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외부감사인인 딜로이트 안진의 적정 의견이 담긴 2016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전날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3분기 안진회계법인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외부감사인이 감사대상 기업에 낼 수 있는 ‘적정·한정·부적정·의견거절’ 중 가장 나쁜 것인데다 특히 상장 대기업이 의견 거절을 받은 사례가 거의 없어 건설업계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됐다. 대우건설은 곧바로 회계실사를 실시해 해외건설 현장의 잠재 부실을 모두 털어내는 ‘빅배스’를 단행했다.

증권가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김기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작년 4분기 대규모 손실 반영으로 올해 실적 개선 기대가 크다"고 전망했다. 대우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주택부와 추진하는 191억 달러 규모의 하우징 프로젝트도 연내 SPC 설립, 도급계약 체결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또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도 "해외 손실이 없어 주택 부문 이익만으로도 목표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다"며 “1분기 분기 실적이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따라 매각작업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16년도 사업보고서를 마무리한 뒤 매각 공고와 주관사 선정 등 매각 절차를 본격화한다는 것이 애초 산은의 계획이다. 대우건설 지분을 보유한 KDB밸류제6호펀드의 만기는 오는 10월이다. 회계불확실성 제거는 물론 실적개선 기대감까지 높이면서 매각 부담을 대폭 줄인 산은이 절차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하지만 오히려 산은이 매각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관측도 늘고 있다. 현재 6000원대에 머물고 있는 대우건설 주가가 이런 관측의 배경이 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2010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총 3조2000억원을 투입했지만 현재 주가 기준으로 그 가치(1조3800억원 수준)가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이 상태로 매각을 진행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장받는다고 해도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헐값 매각 논란이 야기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결국 산업은행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업 가치를 올려 제값을 주고 팔 것이라는 관측이다. 산은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최근 대우건설 적정주가를 최소 1만3000원대로 거론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주택시장에 부정적인 미국의 금리인상이 현실화되는 등 향후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만 봐선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대우건설은 국내 주택 관련 매출 비중이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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