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퇴임한 한동우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직원들로부터 환송을 받고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제공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한동우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퇴임과정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지난 23일 공식적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그룹 경영과 인사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고문으로 추대되며 신한과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서다. 조용병호(號)로 새 출발한 신한금융으로선 여전히 '한동우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 전 회장은 지난 23일 열린 주주총회를 끝으로 6년 임기를 마친 후 신한금융의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룹 경영전반에 대해 여러가지 자문을 해주는 역할로, 신한금융이 전임 회장을 위해 고문직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기를 모두 채우고 물러나는 첫 회장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데다 신한을 업계 1위 은행으로 이끌어온데 대한 예우차원에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회장은 2011년 2월 취임 직후 스스로 정했던 정년(만 70세)을 1년 8개월 남겨두고 스스로 연임을 포기했다. 이를 두고 조직 안팎에서는 그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후임에게 길을 열어주는 아름다운 퇴장을 결정했다며 각종 찬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신한금융이 한 전 회장을 고문으로 추대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에서는 조기퇴진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새로 취임한 경영진에게 전수한다는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본인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끈을 여전히 놓지 않으려는 포석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최대주주이자 창립자로서의 상징성을 가진 재일교포 주주들 역시 조용병 회장보다는 한 전 회장에 대한 신뢰가 더 두터운 만큼 조 회장 취임 이후에도 상당기간 한 전 회장의 경영개입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 전 회장의 고문 추대가 '제2의 신한사태' 악령이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는 위기감의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라응찬·이백순·신상훈 등 신한금융 '빅3'간 내부 권력다툼으로 촉발되며 신한조직에 큰 상흔을 남겼던 신한사태가 지난 9일 대법원 판결로 6년 반 만에 종지부를 찍는 듯 보였지만, 내부갈등의 불씨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위성호 당시 신한카드 사장은 신한은행장 선임을 앞두고 시민단체에 의해 검찰에 고발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금융정의연대가 과거 신한사태 재판 과정에서 위 사장이 위증과 위증교사를 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것이다. 이런 논란을 뒤로 하고 위 사장은 지난 7일 신한은행장에 공식 취임했지만, '신한사태'의 꼬리표는 당분간 그를 괴롭힐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신한 내에서 '라응찬 인맥'으로 불리던 인사들은 한 전 회장의 퇴임과 맞물려 그룹내 핵심 계열사의 사령탑에 줄줄이 앉았다. 위 행장과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모두 신한사태 당시 라응찬 전 회장 편에 섰던 인물이다. 이를 두고 라응찬계의 '부활'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의 스톡옵션 행사 여부를 놓고 분쟁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신 전 사장이 지난 2005~2008년 부여받은 스톡옵션 23만7678주에 대해 재판을 이유로 행사를 보류한 상태다. 향후 이사회가 스톡옵션 행사를 제한할 경우 또다시 법정 다툼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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