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펀드 판매 제한에도 '제식구 챙기기' 여전
분기별 판매 비중 조정으로 과태료 등 제재 피해
"특별검사·제재요건 강화 등 규제 재정비 나서야"

▲ 금융회사의 계열 운용사 펀드 판매를 제한하는 일명 '펀드 50%룰' 규제가 시장의 불공정 거래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데 한계를 드러내면서 규제 상한을 낮추거나 제재 기준을 높이는 등 관련 제도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계열 운용사 펀드 판매를 제한하는 일명 '펀드 50%룰' 규제를 2년 더 연장했다. 관련 규제가 시행된지 4년이 지났는데도 '제 식구 챙기기식'의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 몰아주기 행위가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펀드 50%룰 규제가 시장의 불공정 거래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데 한계를 드러내면서 규제 상한을 낮추거나 제재 기준을 높이는 등 관련 제도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금융사의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누적)은 42.2%로 집계됐다. 이는 '펀드 50%룰' 규제가 시행되기 전인 2012년 말 47.8%에 비하면 6.6%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40% 이상의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펀드 판매 상위 10개 금융사의 평균 계열사 누적 판매 비중도 54%에 달했고, 비중이 50% 미만인 금융사는 3곳에 불과했다. 

계열사 펀드 몰아주기 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규제 및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금융위는 지난 21일 계열사 펀드 판매 한도(신규 판매 50%) 설정과 계열사 투자부적격 증권의 펀드·일임·신탁 편입 제한, 계열사 투자부적격 증권 투자권유 제한 등 3가지 규제의 효력을 2년간 추가 연장했다.

이 규제는 금융투자 관련 거래가 계열사 간에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13년 4월 고시한 것으로, 2015년 한 차례 연장된 바 있다. 올해로 시행 5년차를 맞았지만, 일부 금융사를 중심으로 분기 단위로 계열사 펀드를 몰아주는 관행이 여전한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의 '계열사 펀드 판매비중' 공시자료를 보면 최근 3개월 간 부국증권의 계열사 국내 주식형 패시브 펀드 신규판매 비중은 100%에 달했다. 지난 2월28일 판매잔고를 기준으로 하면 패시브 펀드의 계열사 펀드 비중은 99.97%, 액티브 펀드는 78.24% 수준이다. 

패시브 펀드는 지수 상승률 정도의 수익을 기대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인덱스펀드 등을 뜻하며, 액티브 펀드는 시장 수익률을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펀드 매니저가 종목을 선별해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키움증권(90.82%)과 교보증권(89.77%)도 올 1분기 국내 주식형 패시브 펀드의 계열사 신규판매 비중이 높았고, 은행권의 경우 기업은행(98.85%), KB국민은행(93.20%), 신한은행(80.67%) 등이 높은 판매 비중을 보였다.

금융당국은 회계연도 단위로 계열사 펀드 판매 규제를 위반한 회사가 나올 경우 불건전 영업행위로 판단해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관련 규제가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를 받은 금융사는 단 한 곳도 없다.

분기별로 계열사 펀드 판매비중이 50%를 넘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다 보니, 판매사들은 1~3분기까지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를 집중적으로 팔고 4분기에 판매를 줄여 50% 비율을 맞추는 방식으로 규제를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의 대표적인 불공정 행위로 지목돼 온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는 과점적 판매구조를 형성해 건전한 시장경쟁을 해칠 뿐만 아니라 투자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높이는 등 각종 문제점을 초래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펀드 50%룰을 지키고 있지만,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미미한 상황에서 규제 연장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펀드 몰아주기 비중이 높은 금융사에 대한 특별검사나 제재요건 강화, 계열·비계열사 간 펀드 성과 공시 강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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