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침묵한 황찬현 감사원장·왕정홍 사무총장 용퇴해야
‘매의 눈’ 가진 인물 포진해야⋯새원장에 박시환·이상훈·한인섭 등 거론

▲ 감사원이 바로서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적폐청산이 성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 안팎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당시 말 한마디 못한 황찬현 감사원장과 왕정홍 사무총장 등이 용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감사원 모습.

감사원은 국가의 예산집행에 대한 회계감사와 공무원의 직무감찰을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즉,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감사,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담당하는 막강한 ‘감찰권’을 가진 헌법기관이다. 헌법 제97조~제100조에 보장돼 있다. 

게다가 감사원은 직무상 독립기관이다. 감사원법(제2조 1항)은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규정했다. 나아가 감사원법(제2조 2항, 제18조)은 “감사원 소속 공무원의 임면, 조직 및 예산의 편성에 있어서는 감사원의 독립성이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누구의 지시나 감독을 받아서는 그 기능을 독자적으로 공정하게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규정한 것이다. 직무 독립, 정치적 중립이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감사원이 헌법과 감사원법에 규정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최대의 권력기관이 된다. 감찰권의 범위에는 공무원의 비위감찰뿐만 아니라 행정감찰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원장은 마음대로 권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6명은 법적으로 동등한 지위에 있다. 감사위원회는 재적 감사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합의제 의결기관인 것이다. 이는 업무처리에 있어서 능률성과 신속성보다는 공정성과 객관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미다.

감사원이 그동안 이처럼 헌법과 법에 보장된 회계감사와 직무감찰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했다면, ‘최순실 국정농단’과 같은 전대미문의 부패스캔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국정원이나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이나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복원도 거론되지 않았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노무현 정부에서 운영된 대통령 주재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복원을 지시했겠는가. 문 대통령은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는 2004년 1월에 대통령 훈령으로 설치돼 대통령 주재 회의를 아홉 차례 개최하면서 당시 국가청렴도지수와 반부패지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다음 정부에서 중단되면서 부정부패가 극심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훈령이 아직 살아 있기 때문에 반부패 컨트롤타워를 복원해 범정부 차원의 반부패 정책을 수립하고 관계기간 간에 유기적 협조를 통해 부정부패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해주시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대통령 훈령 제115호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규정에 따르면, 협의회는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법무부·국방부·행정자치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관세청장, 경찰청장,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며, 감사원장과 국가정보원장이 배석하게 된다.

직무상 독립기관인 감사원장이 배석하면 어떻게 되는가. 말이 ‘배석’이지 누가 봐도 사실상 ‘참여’다. 이는 감사원의 위상 추락을 의미한다. 감사원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감사원은 문 대통령의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복원 지시를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동안 감사원이 지난 정부에서 4대강·해외자원개발·‘최순실 국정농단’ 등에 대해 감찰권을 제대로 행사했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감사원이 적폐청산의 핵심기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감사원은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3차례나 감사를 했었다. 그래놓고도 다시 4번째 감사를 하겠다고 나섰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감사원은 지난 19일 감사원 개혁 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감사원혁신·발전위원회(혁신위)'를 발족했다. 혁신위는 염재호 고려대총장(위원장), 송석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헌법학회 회장), 방문규 전 보건복지부 차관,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정길영 감사위원, 이익형 공직감찰본부장, 손창동 기획조정실장 등으로 구성했다. 면면을 보면 감사원 개혁(적폐청산)과는 거리가 먼 인사들이다. 성과를 내지 못했던 지난 2014년 '감사혁신위원회'의 재판이다. 

황찬현 감사원장은 입만 열면 ‘헌법기관’ 운운하며 감사원의 역할과 기능을 강조한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때 그는 어디에 있었는가. 과연 무슨 말을 했고 어떤 조치를 했었는가. 문 대통령의 경남고 후배인 왕정홍 감사위원을 사무총장에 기용해 조직을 보호하려고 한다면 그야말로 구태(舊態)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황 원장은 연필을 들고 결재하고 보고서를 요약해오라 한다”며 “개혁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왕 총장은 감사원 내무에서 신망이 없는 구시대 인물”이라며 “감사원 개혁은 물 건너갔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감사원을 바로 세워야 한다. 감사원 바로세우기 핵심은 인사혁신이다. 하루 빨리 이른바 ‘황찬현-왕정홍 체제’를 물갈이해야 한다. ‘황-왕체제’로는 적폐청산은 물론 감사원 개혁도 이뤄낼 수 없다. 그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때 ‘침묵’한 것만으로도 벌써 용퇴했어야 했다.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터는 풍수지리적으로 ‘매의 눈’에 해당한다. 매는 절벽이나 나무 위에 앉아 있다가 날아가는 새를 보면 급강하해 발로 차서 떨어뜨려 잡는다. 그만큼 눈이 발달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삼국시대부터 매를 사냥에 이용했다. 감사원 터는 공교롭게도 그 ‘매의 눈’이라고 하니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매의 눈’을 가진 인물들이 감사원에 포진해야 한다. ‘비둘기의 눈’을 가진 인물들은 다른 곳으로 가야하는 것이다. 물론 신망도 있어야 한다. 역대 감사원장 가운데 ‘매의 눈’과 신망을 가췄던 인물은 이한기, 한승헌 전 감사원장이다. 이들은 직원들로부터 가장 존경을 받은 감사원장으로도 꼽힌다. 12월에 임기를 마치는 황 원장 후임으로 박시환이상훈 전 대법관, 한인섭 서울대 교수, 김인회 인하대 교수,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누가 ‘매의 눈’을 가졌는가.
 
조한규 중소기업신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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