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규제 적용 안받는 신용·개인사업자대출↑
가계 주택대출 막히자 우회대출 늘리는 '꼼수' 기승
금융당국 "우회대출 드러난 금융사에 제재·대출회수"

▲ 부동산 대책 시행으로 은행의 가계 주택담보대출이 막히면서 한층 강화된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피하는 일명 '우회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가계의 은행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신용대출이 사상 최대폭으로 폭증하고 개인사업자대출도 급증세를 이어가는 등 가계빚 '풍선효과'가 확산하고 있다. 은행들이 부동산 대책 시행으로 가계 주택담보대출이 막히자, 강화된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피하는 일명 '우회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신용·개인사업자대출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올 하반기에도 은행권은 가계대출 확대에 따른 이자수익 증대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농협 5대 시중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93조9188억원으로 전월대비 1조3899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8월(2조379억원) 이후 1년 만에 최대 증가 규모로, 7월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7012억원 증가했는데 한 달 사이에 증가 폭이 두 배로 커진 것이다.

특히 7월 하순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출범 한 달 만에 개인신용대출 잔액이 1조4000억원을 넘어선 만큼 은행권의 신용대출 규모는 더욱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자영업자(개인사업자대출)의 주택담보대출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7월 말 22조3187억원으로 전월보다 4780억원 늘었고, 8월 말에는 22조7804억원으로 4618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월부터 올 6월까지 월평균 대출 증가액이 2226억원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최근 두 달간 증가 폭이 2배 이상으로 커진 셈이다.

개인사업자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것은 정부가 LTV와 DTI 기준을 강화한 시기와 맞아 떨어진다. 6·19 부동산 대책으로 지난 7월 3일부터 조정대상 지역 아파트를 담보로 한 LTV와 DTI가 70%에서 60%로, 60%에서 50%로 각각 강화됐고, 8·2 부동산 대책에 따라 지난달 23일부터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LTV·DTI는 40%로 한층 엄격해졌다.

집을 담보로 추가적인 주택구매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게 된 것과 맞물려 집을 담보로 한 개인사업자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개인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은 가계의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강화된 LTV와 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부동산 대책 여파로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눈에 띄게 둔화됐지만, 이를 상쇄할 신용·개인사업자대출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올 상반기 가계대출로 인한 이자수익 증가로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은행권은 하반기에도 예대마진 확대에 따른 실적잔치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영업에 치중하는 은행과 부족한 대출한도를 늘리려는 대출자 간 니즈가 맞아떨어지면서 한층 강화된 LTV·DTI 규제를 우회하는 '꼼수' 대출이 늘고 있는 것"이라며 "천문학적인 규모로 늘어난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부동산 억제 대책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규제회피 목적의 우회대출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금융당국도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집중점검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 검사부장 회의를 소집해 우회대출이 있는지 자체점검하라고 지시했고, 이번주 점검 결과를 분석한 뒤 필요하면 현장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자체점검 결과에 대한 분석이 최종 마무리되는 대로 현장점검에 나설지 여부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점검 결과 우회·편법대출이 적발되면 해당 금융사 직원을 제재하고, 용도외유용이 확인될 경우 대출회수도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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