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美 기준금리 인상 유력…한은도 인상 '깜빡이'
고위험가구, 대출금리 1%p 오르면 2.5만가구 늘어
시중금리 오름세 불가피…한계가구 부실위험 커져

▲ 오는 12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한 가운데 한국은행도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꼽히는 한계가구의 급격한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오는 12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 '깜빡이'를 켜면서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시중금리의 오름세가 더 가팔라질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부채를 짊어진 한계가구의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가계빚 부실화를 부추길 수 있다. 빚을 내 연명하는 취약계층의 급격한 부실을 막는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빚 규모를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1388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7월 가계대출 증가액 9조5000억원 등을 감안하면 현재 가계부채는 1400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가계대출 금리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 대출의 기준이 되는 신규취급액 코픽스 금리는 1.52%로 최근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시중은행들은 이에 따라 줄줄이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올려 대출금리 상단이 5% 안팎으로 올라섰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 19일 기준금리를 16개월째 1.25%로 동결했지만, 이전과 달리 만장일치가 아닌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나왔다. 금통위 내에서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경기도 예상보다 좋아지고 있어 더 이상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를 유지할 명분이 약해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금통위의 소수의견 등장을 한은이 가까운 시일내에 금리조정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선 당장 다음달 30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월로 예상되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에 앞서 선제대응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뜩이나 가계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시중금리 오름세가 본격화할 경우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영세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급격한 대출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할 경우 보유자산을 모두 팔아도 부채를 갚기 어려운 '고위험가구' 수는 8000가구 늘어나게 된다. 금리 상승폭이 1%포인트이면 2만5000가구, 1.5%포인트 오르면 6만가구가 고위험가구에 추가된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고위험가구는 31만5000가구,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는 62조원(7%)을 기록했다. 또 가계부채가 부실화할 소지가 있는 '위험가구'는 126만3000가구로 전체 부채가구의 11.6%를 차지했고, 이들 가구의 금융부채(186조7000억원)는 전체의 21.1%에 달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 5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한계가구가 감당해야 하는 이자 부담액이 연간 332만원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한계가구란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40%를 초과하는 가구를 말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신유란 연구원은 "채무상환 부담 증가로 위험가구의 채무불이행이 늘어날 경우 가계의 부실이 실물시장에 전이되고 경제 전반에 걸친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에 대한 채무조정과 회생제도 확충 등 제도적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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