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인상 여건 조성"…이달 금리인상 유력
11월 한은·12월 미 연준 연달아 올리면 시중금리 급등
1400조 가계빚 부담에 취약차주 채무부담 가중 우려

▲ 이달 30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2011년 6월(3.25%) 이후 6년여만에 단행될 금리인상이 불러올 서민·영세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의 채무부담 증가 등 취약차주에 미칠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이 강해지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긴축 깜빡이를 키며 통화정책 정상화에 돌입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한은 금융통화위원들의 목소리가 많아지면서 시장에서는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는 여전히 가장 큰 딜레마다. 금리인상이 불러올 서민·영세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의 채무부담 증가를 둘러싼 우려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선택의 폭이 좁아진 한은을 지속적으로 괴롭힐 공산이 크다.

10일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국내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 성장세를 보이고 물가도 목표수준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며 "저성장·저물가에 대응해 확대해온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조정할 수 있는 여건이 점차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은은 금리인상 시그널을 여러차례 보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돼가고 있다"고 말했고, 최근 공개된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는 이 총재를 제외한 6명 가운데 3명이 금리인상 견해를 밝혔다. 이미 시장에서는 이달 30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한 상태다.

한은은 지난해 6월 이후 기준금리를 1.25% 수준에서 동결해왔다. '소비절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침체된 국내 경기와 1400조원에 달하는 과도한 가계부채에 발목을 잡힌 상황에서 한은으로서도 기준금리 동결 이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12월 정책금리 인상이 유력시된 데다 우리나라 경제가 3분기 수출과 재정 주도로 깜짝 성장하며 연 3%대 성장이 확실시되자 분위기가 바꼈다. 또한 8·2 부동산 대책과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 정부의 잇단 규제 정책 시행과 맞물려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서도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필요성이 커졌다.

문제는 가계부채가 '양날의 칼'이라는 점이다.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선 금리인상이라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지만, 급박한 금리인상이 자칫 서민·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들의 이자부담을 키워 가계부채 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3월 기준 가계부채 부실위험이 높은 부실위험가구는 126만3000가구로 전체 부채 가구의 11.6%를 차지했다. 부실위험가구는 2015년 3월 109만7000가구와 비교하면 1년 사이 16만6000가구(15.1%) 늘었고, 이들이 보유한 부채(186조7000억원)도 1년 전보다 29조6000억원(18.8%) 증가했다.

시중금리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신규취급액 코픽스 금리는 1.52%로 최근 9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5% 안팎으로 올라섰다. 특히 지난 9월 신규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 비중은 70%로 3년7개월 만에 최대치로 확대됐다. 상당수의 차주들이 금리 상승에 따른 충격을 고스란히 맞을 수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올리고 미국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올릴 경우 시중금리가 급격하게 오를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이 가져올 취약계층의 채무 부담 증가는 앞으로 금리인상 쪽으로 통화정책방향을 맞춰야 하는 한은 입장에서 가장 큰 부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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