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100원 붕괴…연중 최저치 행진
韓경제 순항에 원화강세 가팔라, 한달새 40원↓
당분간 원화강세 불가피…수출중기 피해 우려

▲ 최근 원·달러 환율이 가파른 하락세를 그리면서 심리적 저항선인 1100원선이 붕괴한 가운데 급격한 원화 강세로 인한 중소기업의 수출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원·달러 환율이 가파른 하락세를 그리면서 중소기업계의 걱정이 한가득이다. 경제지표 호조와 증시 활황 등의 여파로 원화가 상대적인 강세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원화 강세가 쉽게 잦아들지 않으면 최근 살아나는 수출 전선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대기업에 비해 환위험 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 약화 및 환차손 등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4.4원 내린 1097.0원으로 장을 시작한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후 12시56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2.6원(0.24%) 떨어진 1096.4원에 거래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개월 동안 40원 가까이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에 근접한 상태로, 환율이 1100원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30일 이후 처음이다. 전날 장 마감을 앞두고 1100원 선이 무너졌다가 당국의 구두 개입성 발언에 1100원 선을 회복했지만, 이날 재차 1100원 선을 밑돌고 있다.

이런 환율 하락세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대와 수출 등 경제지표 개선과 한국과 중국의 관계회복 기대감, 대북 리스크 완화 등 원화 강세를 유발하는 긍정적인 요인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서다. 여기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꾸준히 '사자' 행진을 이어가는 점도 원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을 점치는 시각이 많다. 김문일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로 임명된 미국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이 금리인상에 신중한 '비둘기파'라는 점,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절상 압력과 유로·달러 환율의 상승 가능성 등이 환율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려스러운 건 원화 강세의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시장에선 현재 환율이 아직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 만큼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는 시각도 많지만, 앞으로 환율 하락 압력이 커질 경우 국제유가와 시중금리 오름세와 맞물리면서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실적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환위험 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수출중소기업들은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다.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경쟁력이 현저히 약화할 수 있는 데다 환차손 등 수익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수출기업 입장에선 환율의 방향성보다는 단기간 급격하게 커진 변동성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최근의 원화 강세가 모처럼 탄력을 받은 수출 증가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스러운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외환당국도 최근의 환율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판단, 환율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시장 내 단기 쏠림 현상이 있는 것 같다"며 "환율 하락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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