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경영위원회 신설 등 투명경영 약속했지만 각종 비리의혹으로 빛바래
지주사 법적 요건 충족해도 싸늘해진 여론에 '사회적 승인'은 난망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계열사를 이용해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르면서 효성의 지주회사 전환 작업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조 회장이 구속 등으로 자리를 비우게 될 경우 사실상 ‘조현준 효성’ 체제 구축의 마침표로 여겨지는 지주사 전환 역시 속도를 내기는 힘들 전망이다. 게다가 최 회장은 이미 횡령죄를 저질러 경영자로서 도덕성에 타격을 입어 기업세습에 대한 ‘사회적 승인’을 받기도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관들이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효성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효성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은 효성 직원 등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다음달쯤 조 회장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의 사법처리 가능성과 함께 효성이 추진 중인 지주사 전환 작업에 미칠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효성은 최근 거래소 조회공시에서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인적분할·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지주사 전환 추진을 공식화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 지주사인 효성홀딩스(가칭)가 신설돼 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가 될 전망이다.

이미 조 회장(14.3%)과 조현상 사장(12.2%), 조석래 명예회장(10.2%) 등 3부자의 지분은 자회사 지분 확보 기준을 넘는다. 지주회사 전환 이후 현물출자와 지분 스왑 등을 통해 이들의 그룹 지배력은 더욱 확고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금융자회사 효성캐피탈 처리는 난제다. 지주사 전환시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자회사는 2년 내에 처분해야한다. 효성의 효성캐피탈 지분은 97.15%다. 외부 매각이나 오너일가의 직접 매수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효성캐피탈이 과거 수천억원대 대출로 이른바 ‘사금고’라는 의심이 제기될 정도로 오너일가에게 의미가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외부에 팔지는 미지수다. 개인회사로 만드는 것 역시 막대한 인수비용이 문제다.

하지만 애초 업계에서는 효성이 늦어도 내년 안에는 지주사 전환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관측했다. 지주사 전환시 세금 혜택이 가능한 조세특례제한법이 내년에 일몰되고 국회에서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 확대를 제한하는 개정안도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비자금 수사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가뜩이나 조 회장이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장을 오가는 상황에서 이번 수사까지 더해지면서 경영 공백 리스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회적 승인’도 더욱 요원해질 전망이다. 총수일가가 범법행위에도 특별한 문제없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의 경영권을 세습하고 지주사 체제로 지배력까지 대폭 강화한다는데 박수쳐줄 국민은 많지 않다. 조 회장의 경우 횡령 혐의로 벌써 두 번이나 유죄를 선고 받았다. 최근 한 시민단체가 “총체적으로 지배구조 문제가 있는 효성이 아무런 문제없이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돼 있는 것은 큰 문제”라며 관리종목으로 편입시켜야 한다고 촉구한 것은 상징적이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효성이 최근 지주사 전환 작업의 첫 테이프로 내세운 것은 투명경영이었다. 효성은 최근 사외이사 독립성 확보, 내부감시 강화, 주요 경영사항에서 그룹 총수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투명경영위원회 신설 등 지배구조개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조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터지면서 그 빛이 바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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