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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규의 프리즘]우윤근 주러시아 “한·러 실질적 경제협력 충실히 추진”
“러시아가 북핵·남북문제 개선에 적극 중재할 수 있도록 외교적 역량 집중할 것”
2017년 12월 27일 (수) 13:09:34 조한규 webmaster@smedaily.co.kr

   
▲ 우윤근 신임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타스 통신과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연합

“국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국가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3선 의원으로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고, 국회사무총장도 맡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는 우물 안 개구리였습니다. 국가가 무엇인지를 깊이 알지 못했습니다. 주 러시아대사로 부임해서야 비로소 조금이나마 국가의 중요성을 알게 됐습니다.”

우윤근 주(駐)러시아 한국대사가 지난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필자를 만나자마자 꺼낸 ‘국가론’의 일부다.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열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일시 귀국한 우 대사는 1시간30분 동안 ‘국가’라는 단어를 수없이 되풀이했다. 국회의원 시절 그의 발언과는 ‘결’이 달랐다. ‘애국지사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우 대사는 대한민국 재외공관장 의전서열 1위다. 과거엔 주미대사가 의전서열 1위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선 의전서열 1위가 우윤근 주러시아대사다. 2위는 노영민 주중국대사, 3위는 조윤제 주미국대사, 4위는 이수훈 주일본대사 순이다. 러시아가 미국보다 중요해서 1위가 아니라 민주당 원내대표와 국회사무총장을 지낸 우 대사의 경력이 가장 앞서기 때문에 의전서열1위라고 한다.   

우 대사는 지난 11월8일 부임했다. 대사경력 40여일의 새내기 대사다. 그럼에도 정치인에서 외교관으로 완전 변신했다. 정신만이 아니다. 몸도 바뀌었다. 국회사무총장 시절보다 조금 야위어 보였다. 모스크바에 부임한 뒤로 업무와 러시아어 공부에 열중하다 보니 몸무게가 2㎏ 줄었다고 한다. 다음은 우 대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주러 대사로 부임해 처음 느낀 것은 무엇입니까.
“국가에 대해 이렇게 심각하게 느낀 적이 없어요. 국회의원 시절에도 나라를 위해 일한다고 했는데,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국가라는 게 이렇게 중요한 것이구나’, ‘이런 게 국가이구나’라며 정말 국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국회의원들에게 이런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좀 더 치열하게 국가를 생각하라’”

-첫 일성으로 ‘국가론’을 역설하셨는데, 그렇게 국가를 깊이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각국의 대사들을 만나 외교활동하면서 ‘국가란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국력을 실감했습니다. 우리가 경제 순위 13위라고 하지만 그런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미국과 중국과는 비교할 수가 없어요. 러시아 고위직 인사를 만나는 것도 국력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경제력도 중요하지만 외교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느 나라 대사관을 방문했을 때 국력의 차이를 실감했습니까.
“대사관이나 대사관저는 국력의 상징입니다. 모스크바에는 280개 국가의 대사관이 있습니다. 200개 국가의 대사관 있는 미국 워싱턴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야말로 세계 외교의 중심이 모스크바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한국은 이 점을 간과했습니다. 제가 미국 대사관과 관저를 방문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국력, 국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 거죠.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은 조그마한 도시입니다. 대사관 내에 주유소가 있을 정도니까요. 1000명의 외교관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대사관저도 어마어마합니다. 왕궁이나 다름없습니다. 존 헌츠먼(Jon Meade Huntsman) 주러시아 미국대사의 초청으로 관저를 방문했는데 그 규모에 압도됐습니다. 특히 SF영화에나 나오는 문과 캡슐을 통과해야 내부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대사가 생활하는 관저도 철저한 보안장치가 돼 있는 거죠. 이른바 ‘비밀의 방’에서 대화를 나눴습니다.”

-한국 대사관과 관저는 어느 정도입니까.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신축한 한국 대사관은 대지 약 2500평에 지하 1층, 지상 5층의 대형 건물입니다. 지붕은 기와 양식, 담장은 전통 한옥 양식으로 우리 고유의 전통미를 살렸습니다. 건축비는 약 2500만달러(약 300억원)며 3년 공사 끝에 완공됐습니다. 그런대로 체면을 세웠지만 대사관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비싼 월세를 내고 제정 러시아 시절 어느 귀족이 살던 집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후화돼 녹물이 흐르는 등 엉망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러시아를 비중 있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러시아는 한국을 어느 정도로 생각고 있습니까.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러시아는 한국을 40위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이 경제 순위로는 13위이지만, 러시아는 여러 가지 데이터를 놓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그렇게 순위를 매긴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은 14위 정도로 생각하고요. 아무래도 러시아는 유럽의 국가들을 중요하게 여기지요.”

-러시아는 남한과 북한에 대해 차이를 두고 있습니까.
“러시아는 남한과 북한을 거의 대등하게 대우하는 것 같습니다. 차별이 없어요. 중국은 약간 북한 측에 경도돼 있지만, 러시아는 그렇지는 않아요. 제가 느끼기에 러시아는 남한과 북한을 놓고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말하자면 늘 등거리 외교를 하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스크바 현지에서 본 북·러관계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러시아가 북한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대변한다고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북한 노동자 관련해서도 안보리 결의 사항을 충실히 지키겠다는 입장을 늘 일관되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북한에 왕래하는 사람들은 예전보다 조금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새로운 입장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제가 부임한 이후 북한의 러시아 노동 관련 책임자가 러시아에 한 달 가까이 머물렀습니다. 3500명인가 북한 노동자들이 9월 달에 러시아에 입국했을 것입니다. 그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들어오지 않았나 싶은데 잘 해결이 안 되는 듯했습니다. 진전이 없어 보였습니다.” 

-앞으로 한·러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복안을 가지고 계십니까.
“우선 정치적 현안보다 한·러 양국 간 실질적 경제협력을 충실히 추진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보면 외교안보적으로도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러시아는 한국과의 실질적 경제협력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내년 FTA(자유무역협정) 워킹 그룹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FTA가 체결되면 한·러수교 30주년이 되는 2020년에는 300억달러 정도의 교역량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과 문재인 대통령의 신북방정책이 상당히 실효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정도의 바탕이 마련됐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러관계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현장에 가보니 러시아가 외교가 만만치 않은 나라라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다만 여건은 예전보다 훨씬 성숙돼 있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러 정상 간의 상당한 신뢰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을 제가 러시아 외교부 인사를 만났을 때, 부총리·대통령 특별 보좌관을 만났을 때 느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외교적 전문성이 없는 정치인들을 특임대사로 기용해 외교가 엉망이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무식한 사람들의 얘기입니다. 존 헌츠먼 주러시아 미국대사는 미국 유타주지사를 지낸 정치인입니다. 대권에 도전했던 대권주자입니다. 외교를 잘하려면 정치력이 있어야 합니다. 저에겐 원내대표 때 쌓은 협상력, 정치력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정치인 출신인 저에 대한 각국의 대사들의 대우가 과거와 다르다고 합니다. 많은 대사들이 저를 대사관저로 초청하고 있습니다.”

-대사로 활동하면서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역시 언어문제입니다. 280명의 대사들이 살고 있는 모스크바에선 연일 파티가 열리고 있습니다. 통역하는 비서를 데리고 다니지만 깊은 얘기를 하려면 러시아어나 영어에 능통해야 합니다. 저는 영어는 어느 정도 되는데 러시아는 좀 더 공부를 해야 합니다. 러시아어를 과거 배웠지만 많이 부족하죠. 그래서 파티를 마치고 관저에 돌아오면 밤늦게까지 러시아어를 공부합니다. 1주일에 2일은 현지 러시아어 교사에게서 공부도 합니다.”      
      
   
-현실정치에 복귀하실 계획은 있으신지요. 혹시 내년에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에 참여할 생각이 있으신지요.
“그럴 생각은 아직 없습니다. 러시아가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중재를 설 수 있도록 외교적 역량을 집중하고, 최선을 다해 한·러관계를 발전시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외교는 고도의 정치입니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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