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상 고령층, 비은행권 대출 비중 30.4% '역대 최고'
신DTI·DSR 도입 등 소득 중심 대출규제 정책 강화 불가피
소득 적고 빚 부담도 과중…취약한 상환여력에 부실 우려

▲ 변변한 소득이 없고 과중한 빚 부담에 부채상환 여력이 취약한 60대 이상 고령층의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비은행권 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pixabay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비은행권 금융기관을 찾는 60대 이상 고령층이 빠르게 늘고 있다. 소득이 낮거나 소득을 증빙하기 어려운 고령층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들어지자 '울며 겨자먹기'로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 비은행권에 손을 벌리고 있는 것이다. 이달부터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시행되고 올해 4분기에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심사가 도입되는 등 소득을 중심으로 한 대출규제 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여 고령 가구의 돈 빌리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부터 은행 등 금융기관에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시행할 방침이다. 신DTI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을 때 기존 주담대의 이자만 반영해 계산했던 현행 방식과 달리 기존 주담대의 원리금을 모두 반영하게 된다. 소득 심사도 직전 1년간 소득만 보는 게 아니라 미래소득까지 반영해 대출 가능금액이 정해진다.

금융위원회는 감독규정 변경 예고,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늦어도 이달 31일 신DTI 시행 안건을 의결할 방침이다. 금융위가 의결하면 은행 등 금융기관은 곧바로 여신심사 과정에 신DTI를 적용해야 한다.

올 4분기에는 더욱 강력한 대출규제인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심사제도가 도입된다. 신DTI가 주담대만 보는 것과 달리, DSR은 기존 주담대 뿐만 아니라 마이너스통장, 자동차 할부금 등 모든 대출을 각각의 원리금 상환 방식과 만기에 맞춰 따지게 된다.

신DTI와 DSR 등 대출규제 확대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계층은 소득이 적고 기존 대출금도 많은 노령층이다.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드는 데다 대출 소득심사 조건마저 깐깐해지면서 60세 이상 노인들의 은행 대출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고, 비은행권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의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60세 이상 가구 중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가구 비중은 30.4%로 1년 전보다도 4.4%포인트 확대됐다. 이는 201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가계대출을 억제해온 상황에서 올해부터는 그 수위가 더욱 강화되는 셈"이라며 "신DTI와 DSR 제도가 일선 영업현장에 자리를 잡으면 소득이 높은 30~40대 직장인 등 우량고객 위주의 대출영업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금리인상 기조가 올해에도 계속되면 대출금리는 더욱 가파르게 오를 수밖에 없어 소득이 불분명한 노인들은 돈을 빌리기는 물론 기존 빚을 상환하는데도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60대 이상 고령층을 중심으로 채무조정 신청자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개인워크아웃의 60대 이상의 신청자는 4176명으로 1년 전에 비해 31.9%(1010명) 늘었다. 프리워크아웃도 761명으로 25.0%(152명)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변변한 소득이 없는 60대 이상 고령층의 빚 부담은 다른 연령층이나 선진국의 동년배들에 비해 과중하고 상환 여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상태"라며 "금리 상승 등 급격한 거시금융여건 변화에 취약한 고령층의 대출 부실화를 막는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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