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 대기업대출 3.5조원 줄어…3년째 감소세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은 매년 40조원 가량 늘어
대기업 여신심사평가 강화…보수적 태도 이어질 듯

▲ 부실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은행권의 선제적인 신용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부실위험이 큰 대기업대출에 대해선 보수적인 대출태도를 유지하고,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좋고 부실률은 낮은 중소기업대출은 확대하려는 대출기조가 견고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은행권의 대기업대출 감소세가 가파르다. 한 번의 부실로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대기업대출 규모는 갈수록 쪼그라드는 데 반해, 자영업자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대출은 매달 증가폭을 확대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에도 은행권의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작업이 강도 높게 진행될 수밖에 없어 대기업에는 대출을 바짝 죄고, 중소기업자·영업자에는 푸는 대출기조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81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8조1000억원 늘었다. 대기업대출이 3조5000억원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41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중 개인사업자대출이 27조8000억원 늘어 기업대출 증가액의 73%를 자영업자들이 밀어 올렸다.

은행권의 대기업대출 규모는 매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2014년 12월 말 168조9000억원이었던 대기업대출 잔액은 2015년 12월 말 164조4000억원으로 4조5000억원 줄었고, 2016년 12월 말(154조7000억원)에도 9조7000억원이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12월 말 잔액은 149조6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감소폭이 36% 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감소세를 이어갔다.

은행들이 대기업대출 총량을 크게 줄인데 반해 중소기업대출은 지속적으로 늘렸다. 개인사업자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014년 12월 말 506조9000억원, 2015년 12월 말 559조6000억원, 2016년 12월 말 590조2000억원, 지난해 12월 말 631조8000억원 등으로 매년 40조원 가량 확대돼 왔다.

이처럼 은행권이 대기업대출에 대해 보수적인 대출태도를 보인 것은 중소기업에 견줘 순이자마진이 높지 않은 데다 부실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은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신용등급 1~3등급에, 중소기업은 4~6등급에 속하는 경우가 많아 대기업의 대출이자 이율이 중소기업보다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영업활동을 해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만성적 한계기업이 계속해서 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STX조선해양이나 창명해운 등의 사례처럼 대기업대출에 부실이 발생하면 막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만큼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출금을 잇따라 상환하고, 경영에 필요한 사업자금을 은행이 아닌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주식 발행 등을 통해 시장에서 직접 조달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도 은행 대출이 감소한 배경으로 꼽힌다.

은행권의 대기업대출에 대한 깐깐한 기조는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올 1분기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태도지수는 0으로 전 분기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출태도 전망치가 양(+)이면 대출 완화, 음(-)이면 대출 강화 응답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건설·조선·해운업종에서 시작된 기업구조조정의 여파로 선제적인 위기관리가 중요해졌고, 신용위험평가도 엄격해지면서 대기업대출을 늘리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대기업들도 회사채 등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 굳이 은행 대출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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