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최흥식 교감 속 금융지주 지배구조 압박 본격화
하나금융 회장 선임 연기 요구…가산금리 인상에도 제동
"목소리 커진 금융당국, 은행권 영향력 갈수록 높아져"

▲ 은행권을 향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입김이 날로 세지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은행권을 향한 금융당국의 입김이 날로 세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두 수장은 입을 맞춘 듯 '셀프연임' '참호구축' 등의 표현을 써가며 주요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무언의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인상한 시중은행은 금감원의 제동에 바로 백기를 들며 '없던 일'로 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은행권의 채용비리, 부당대출 의혹 등 각종 비위행위에 대한 금감원의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연일 금융개혁을 외치고 있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은행들은 몸을 바짝 엎드린 채 숨을 죽이는 분위기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채용과 관련해 일부 문제점이 발견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추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은행들은 자체 점검결과 부적절한 채용청탁이 이뤄진 정황이나 실제 채용된 사례가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지난달 11개 은행을 대상으로 1차 현장검사를 벌인 결과 전·현직 경영진의 자녀가 채용된 정황을 여러건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의심사례를 추려 검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금감원의 최종 검사결과는 이르면 다음주, 늦어도 이달 말에는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발 사정 한파에 채용비리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도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금융적폐 청산 압박도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전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혁신 추진방향' 브리핑에서 "금융은 특별하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일은 언제나 옳고, 어떠한 경우도 간섭받아선 안 된다는 잘못된 우월의식에 젖어 있는 분이 있다면, 빨리 생각을 고치시기 바란다"며 작심한 듯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하나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를 보류해야 한다는 금감원의 요구를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힌 직후 나온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12일 하나금융·하나은행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장 선임 절차를 연기하라고 권고했다. 현재 금감원은 하나금융 회장과 하나은행장이 관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에 대해 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당국의 요청에도 하나금융 회추위는 종전 계획대로 15일부터 이틀에 걸쳐 내·외부 후보 7명을 상대로 면접을 진행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당국의 보류 요청을 놓고 회추위원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으며, 면접이 예정보다 늦게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추위는 이날 서울 모처에서 회의를 열고 최종 후보군(쇼트리스트) 선정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가장 먼저 가산금리를 올린 신한은행은 금융당국의 제동에 가산금리를 원위치시키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최흥식 금감원장이 지난해 12월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시장금리가 올라 기본금리가 오르면 모르지만, 수신금리를 올렸다고 가산금리를 올리는 것은 좀 이상하다"고 발언한 이후, 신한은행은 가산금리를 다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결국 이달 12일부터 가산금리를 내렸다.

금융당국이 합당한 이유 없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행태를 바로잡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이후 은행의 가산금리 인상을 막은 첫 번째 사례인 셈이다. 신한은행이 금융당국의 지적에 따라 다시 가산금리를 내리면서 다른 은행들도 한동안은 가산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새 정부의 금융정책을 진두지휘하게 된 두 금융당국 수장이 취임 초기부터 은행권을 향해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내면서 업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모습"이라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당국의 금융개혁 드라이브에 힘이 실리면서 은행권의 긴장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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