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에 50.75% 가운데 40%만 인수 제의…호반건설 정치권 로비설도
‘지분 전부매각’ 규정 중간에 바꿀 경우 공정성 훼손에 따른 후유증 커

[중소기업신문=이기영 기자]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호반건설이 인수자금을 마련치 못해 대우건설 지분 40%만 인수하겠다고 산업은행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각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 훼손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17일 IB업계에 따르면 예비입찰에서 1조4000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진 호반건설이 최근까지 FI(재무적 투자자)를 찾았으나 실패하면서 대우건설 지분 50.75% 가운데 40%만 인수하고 나머지 10.75%는 산업은행이 보유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산업은행이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1조2000억원(50.75%)가 아닌 9600억원(40%)만 부담하면 되고, 더 나아가 인수금융을 이용하면 5000억원 선에서 인수가 가능하고 인수금융에 대한 원리금 상환은 대우건설이 부담하게 된다.

분할매각 할 경우 산업은행이 10.75% 주식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호반건설 입장에서는 당연히 계산해야 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에서도 상당부분 자유로워질 수 있다.

산업은행의 고심이 깊어지면서 호반건설의 전방위 로비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호반건설의 분할 매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이 분할매각을 위해서는 규정을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13일 나온 대우건설 매각공고를 보면 매각대상 주식으로 ‘케이디비밸류제육호 유한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회사 대우건설 보통주식 2억1093만1209주(발행주식총수의 50.75%) 전부’로 돼있다. 매각 중간에 분할매각을 허용한다면 명백한 규정위반이라는 의견이다.

한편에서는 호반건설이 M&A 시장에서 입질만 하면서 회사의 브랜드가치를 올려왔던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금호산업이나 동부건설 때와 같이 유명 기업 입찰에 유력후보로 관심을 받은 후 막판에 발을 빼면서 실제 인수는 하지 않고 회사 이름값을 올려왔다는 것이다. 막판에 발을 빼기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규정을 무시한 제안을 무리하게 했다는 것이다.

호반건설 내부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2016년 울트라건설을 인수해 현재 호반건설산업으로 이름을 바꿔 경영하고 있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고, 호반이 인수한 후 기존 울트라건설 핵심인력 대부분이 빠져나가 호반건설 입장에서는 200억원에 인수한 울트라도 관리가 어려운데 글로벌 건설사인 대우건설 경영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만일 호반이 대우건설 인수를 끝까지 진행한다면 호반건설의 운명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의 한 관계자는 “매각의 기본 원칙이 지켜져 회사가 구설에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대우건설 임직원은 인수자가 관리능력도 갖추고 추가 투자를 통해서 현재까지 하지 못했던 개발형 해외사업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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