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환경 열악한 영세기업‧소상공인 현실 반영 제대로 안돼

[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법정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를 통과하면서 저녁있는 삶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들은 깊은 한숨을 토하고 있다. 내수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여건에서 고용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 구하려 해도 구할 수 없는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인력 부족으로 자칫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초과 근로가 많은 근로자의 경우 임금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근무여건이 열악한 영세업체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휴일근로수당은 종전대로 통상임금의 150% 할증을 유지하되 8시간을 초과하는 휴일근로에는 통상임금에 100%를 더해 200%를 주도록 했다.

이로 인해 추가될 비용 부담의 대부분이 중소기업 몫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주당 52시간이 적용된 후 기업이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휴일 중복 가산(통상임금 200%) 효과를 빼고 연간 12조1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기업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이 8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70%에 달했다. 세부적으로는 1~29인 영세 사업장에서 3조3000억원, 30~299인 사업장에서 5조3000억원이 더 필요하다.

더욱 문제는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심각한 인력 미스 매칭으로 추가 고용 자체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따라 중소기업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국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휴일에도 쉬기 어려운 서비스업 종사자나 인력이 부족한 소기업에 상대적 박탈감과 비용 부담 초래할 수 있어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는 "영세 기업들의 구조적·만성적 인력난이 2023년까지 다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정부는 현장 인력 실태를 지속 점검하고 인력공급 대책, 설비투자 자금 등 세심한 지원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며 "아울러 국회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노동 유연화'에 대한 논의도 성실히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무제한 근로가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도소매, 음식, 숙박업 등 영세업체가 주를 이루는 소상공인들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식당 등 현장에서는 주중보다는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근로시간을 줄이면 저녁과 주말 장사를 하기 힘들게 되는 등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소상공인 업종에 한해서는 고용주와 근로자가 합의 시 근로시간 연장을 인정해야 한다"며 "특례업종을 전체 소상공인 업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국회를 통과하면 기업 규모에 따라 오는 7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세 단계로 나눠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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