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유동성 추가 확보하고 내수 확대를 통한 경제 체질 개선해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10년7개월 만에 역전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2일 기준금리를 1.50~1.75%로 0.25% 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미국의 금리 상단(1.75%)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1.5%보다 높아졌다.

‘자본은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흘러간다’는 속성처럼, 한·미간 금리가 역전되면 가장 먼저 걱정해야 할 부분은 자본유출이다. 물론 현재의 0.25% 포인트 차이에서는 유출에 따른 환차손이 오히려 더 크기 때문에 급격한 자본유출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연준 위원들은 올해 3차례, 내년에 2차례에서 3차례로 상향 조정하는 한편, 2020년에도 2차례 금리인상을 전망해 앞으로 7차례 더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올해 1~2회 금리 인상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올해 3번 기준금리를 더 올리면 기준금리 상단은 연 2.50%가 되고, 앞으로 3년간 7차례 추가 인상을 하게 되면 미 금리는 3,25%~3.50% 수준까지 높아지게 된다. 미국과 한국이 지금과 같은 금리 인상 속도를 유지한다면 내년에 양국 간 금리 격차가 1% 포인트 이상 벌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통상 금리차가 0.75% 포인트 차이가 나면 자본 유출이 시작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금리차가 1% 포인트가 되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려는 욕구는 더 커질 수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한미 금리의 역전 폭이 크거나 장기화될 때는 문제가 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의 금리 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은 우리나라에도 인상 압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미국과 우리나라가 처한 경제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따라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기본적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에서 출발한다. 파월 신임 연준 의장도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하고, 경제는 계속 확장하고, 인플레이션은 2%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올해와 내년 GPD 성장률을 각각 기존 2.5%에서 2.7%, 2.1%에서 2.4%로 상향 조정했다. 현재 4.1%인 실업률은 올해 3.8%로 떨어지고, 내년과 2020년에는 3.6%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은 올해 1.9%와 내년 2.1%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정부에서 추진된 감세 정책과 1조5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고려하면 자칫 경기 과열로 흐를 우려가 있어 선제적인 조치의 성격도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경기와 물가 상승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미국의 금리 상승에 맞추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낮은 물가 수준이 발목을 잡고 있다. 전년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1.0%, 2월 1.4%로 1% 초반의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위원들 사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약화되고 있는 현상을 우려하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 오름세가 한은의 목표 수준인 2%에 근접하지 않으면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또한 지난해 말 기준 145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도 금리 인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금리가 0.25% 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2조3000억원 늘어나고, 0.5% 포인트 오르면 부채가 자산보다 많아져 자산을 매각해도 부채상환이 어려운 고위험부채는 4조7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간 금리 역전 현상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지금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금리차가 점점 벌어지고 장기화되면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걱정해야 하고, 금리를 계속해서 올릴 경우 경기 침체와 가계부채 관리에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호황기에 접어들어 금리 인상의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우리나라도 이에 동조한 인상은 불가피하다. 다만 현재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인상하되, 외환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하고 내수 확대를 통한 경제 체질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제 2의 외환위기를 대비하는 각오로 현 상황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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