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흑자 보는 중국 대화 통한 해결 절실
中정부 차원 지적재산권 위반 시정조치 있어야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전면전으로 접어 드는 양상이다. 먼저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추가 관세를 시작으로 중국산 제품 무역 제재 폭을 확대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일 중국산 수입품 1300개 품목에 대해 25%라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액 기준으로 500억 달러(약 54조원)에 이르는 관세폭탄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미래 성장 동력 산업을 겨냥하고 있다. 고성능 의료기기, 바이오 신약 기술, 산업 로봇, 통신 장비, 첨단 화학제품, 항공·우주, 해양 엔지니어링, 전기자동차, 반도체 등이 관세 대상 품목에 올랐다. 중국이 첨단 산업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는 ‘중국제조 2025’와 관련된 품목들이 주로 포함되어 있다. 단순한 무역 제재를 넘어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를 견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중국도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중국 정부는 농·축산물 중심으로 미국산 수입품 128개 품목에 대한 관세 조치를 발표한데 이어, 추가로 대두, 옥수수, 쇠고기, 자동차, 항공기 등 106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보복 조치를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농촌 지역을 노린 품목이 많다.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난타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미중 통상전쟁의 1차적인 이유는 미국과 중국 간의 심각한 무역역조에 있다. 미 상무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5660억 달러 중에서 중국으로부터 적자가 전체의 약 66%에 해당하는 3752억 달러에 달했다. 미국으로서는 어떻게든 대(對)중국 적자폭을 줄여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문제는 적자의 원인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 쉽게 풀릴 상황은 아니다.

미국은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조직적인 움직임을 통해 미국의 핵심 기술을 공짜로 탈취하여 제품 생산에 적용한다고 의심한다. 공짜 기술과 저임금 그리고 환율 조작을 통해 가성비가 좋은 물건을 생산하여 해외에 수출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고율의 관세로 중국의 반칙행위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중국은 미국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을 미국기업의 속성에서 찾고 있다. 미국기업은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공장들이 해외로 이전했고 그것이 무역적자의 원인이라 지목하고 있다. 예전에는 일본, 한국으로, 다음은 중국, 현재는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세를 높이면 미국의 소비자들은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할뿐만 아니라, 미국의 사양 산업을 지지하게 되어 새로운 산업으로 이전하는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은 모두에게 손실을 가져다주는 ‘치킨게임’이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래리 서머스(Lawrence Henry Summers) 하버드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핵전쟁은 시작해서도 안 되고 그것을 통해 이길 수도 없다’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면서, 미·중 무역전쟁도 핵전쟁만큼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게 된다면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충격이 올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1930년대에는 공황으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진 후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 1930년 6월)을 시작으로 각국이 관세 인상 조치를 취했지만, 이번의 경우는 세계 경제가 회복세에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더욱이 대공황의 경험을 잘 알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무리하게 관세 인상 조치를 취해 전면전으로 나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된다. 실제로 양국은 스티븐 므누신(Steven Mnuchin) 미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 간의 물밑 협상을 통해 무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흑자를 보고 있어 대화를 통한 해결이 더 절실한 입장이다. 따라서 중국은 무역 흑자 목표를 정해 자율적으로 달성해나가는 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미국이 요구하는 지적재산권 위반 문제에 대해 정부 차원의 성실한 시정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미국 또한 일방적인 관세 인상 조치를 철회하고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의지를 중국에 보여 주어야 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있다. 떠들썩한 소문이나 큰 기대에 비해 실속이 없거나 소문이 과장되어 실제와 다른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대체로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사용되지만, 이번 미·중 무역전쟁의 경우는 소문에 비해 먹을 것 없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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