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핵화·체제 인정 관건…청와대·국정원·통일부뿐 아니라 전 부처 힘 모아야

한반도에 봄이 오고 있다. 68년 전 6·25 한국전쟁으로 얼어붙은 한반도가 대화와 화해의 봄기운으로 녹기 시작한 것이다. 한반도의 정전협정 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는 방안이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과 5월(또는 6월) 북·미정상회담에서 추진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8일 “한반도 안보 상황을 궁극적으로 평화적인 체제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하나의 방안으로 한반도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꿀 수 있는 방법,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한 일정상회담에서 “그들(남북한)은 (한국전쟁)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논의를 축복한다”고 언급한 것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온 브리핑이어서 주목된다. 이는 현 한반도 정전체제를 종식할 종전선언 문제가 북 미정상회담에 앞서 우선 남북정상회담에서 주 의제로 논의될 것임을 말해준다.

1953년 7월27일 체결된 정전협정(휴전협정)은 미국과 북한, 중국 간에 맺어진 협정이다. 당시엔 한국은 당사자가 아니었다.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라는 정식 명칭이 이를 말해준다. 당시 UN군 총사령관 클라크,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가 서명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당사자다. 65년의 세월 동안 한국이 휴전협정을 실질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당사자의 지위를 확보한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대한민국이 직접 당사자다. 누가 이를 부인하겠느냐. 하지만 남북 합의만으로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될 수 있느냐는 것은 또 다른 의견이 있어서 필요하면 3자간, 더 필요하면 4자간 합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에 준하는 남북간 적대행위 중단을 합의하고, 북·미 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뜻을 지닌다. 결국 남·북·미·중 4자 협의를 통해 평화협정 체제로의 전환을 완성할 것으로 보인다.

평화협정의 전제는 북한의 비핵화와 북한체제 인정이다. 따라서 이런 전제는 이미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미대화가 이를 말해준다. 워싱턴포스트(WP)의 1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내정자가 부활절 주말(3월31일~4월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로 극비리에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났다고 한다. 북 미정상회담의 의제들을 놓고 상당히 내밀하고 구체적인 대화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완전한 북한 핵폐기의 방법론, 그 조건, 완료 시기, 북한에 대한 보상 수준 등에 대해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미·일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우리는 직접 대화하기 시작했다. 고위급, 매우 고위급에서 직접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의 김정은 면담’을 시인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것(직접 대화)이 좋은 의도와 좋은 일이 일어나도록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상당한 성과가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군사옵션·정권 교체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폼페이오 내정자가 북한을 다녀온 이후인 지난 12일 자신의 국무부 장관 인준을 위한 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해 비교적 온건한 발언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미 정부가 북·미정상회담에서 외교적 성과 달성을 위해 적절하게 조건을 설정하는 것은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게다가 미국 CNN방송은 1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평양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 미정상회담이 끝난 뒤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북한을 방문해 한반도 평화체제 이후 북 중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한·미·일과의 관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동북아 정세의 이런 흐름으로 볼 때, 북 미정상은 ‘평화열차’에 탑승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운전자를 자임하고 아베 일본 총리는 배석하려고 할 것이다. 특히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앉기를 희망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중국에서 북한 고위 관리를 접촉한 한 인사는 “북한 관리들이 완전히 바뀌었다. 전혀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옛날처럼 쌀을 달라, 비료를 달라 등의 요구를 하지 않

았다고 한다. 심지어 최근 북한은 사과나무·감나무·배나무 등 유실수(有實樹)묘목 35만주를 중국 측으로 구입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북한이 여유가 있으며, 옛날과는 달라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평화열차’의 출발점은 판문점이다. 시점은 4월27일. 불과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의 관료들은 여전히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청와대 국정원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만 담당할 일이 아니다. 전 정부 부처가 남북정상회담에 집중해야 한다. 지혜를 모으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달라진 북한, 여유가 생긴 북한을 상대로 ‘어떤 언어’부터 구사할지 깊이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대북 신사고(新思考)’가 절실하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 회장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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