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은행 가계대출 실질금리 2년 6개월 만에 최고
"금리상승에 가계 빚부담 커져…취약계층 타격 우려"

▲ 올해 1분기 은행권의 가계대출 실질금리가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올해 1분기 은행권의 가계대출 실질금리가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가파른 시중금리 상승 여파에 서민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늘고 변동금리 의존도가 높은 취약계층에 금리상승에 따른 충격이 집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올해 1분기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 실질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2.38%로 집계됐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 물가상승률을 뺀 것으로, 이는 2.54%를 기록한 2015년 3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대표적인 명목금리 지표인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올해 1분기 연 3.68%를 기록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였다.

한은의 기준금리가 2016년 6월 역대 최저인 연 1.25%로 내려간 이후 그해 4분기 실질 가계대출 금리는 연 1.69%까지 하락했고 이듬해인 2017년 3분기에는 1.12%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한은이 정책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실질금리도 2%대로 복귀했다.

가계대출 실질금리가 크게 오른 것은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지지부진한 영향도 있다.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6년 3분기(0.7%) 이후 가장 낮았다.

잔액 기준으로 보면 올해 1분기 예금은행 가계대출 실질금리는 연 2.16%로 2016년 3분기(2.48%) 이후 최고였다.

문제는 앞으로 대출금리 오름세가 가팔라지면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약 70% 수준이다. 변동금리형 대출은 시중금리가 변동성이 즉각 반영돼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빚 총액은 145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1450조9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1조6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1370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증가폭이 28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나타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급격한 금리상승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큰 것은 은행의 가계대출에서 고정금리 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이자가 싼 변동금리 대출이 월등히 많기 때문"이라며 "변동금리 비중이 70%에 달하는 상황에서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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