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정착 전환점…어려움 예상되지만 합의내용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행해야

2018년 6월12일은 한반도 평화의 기념비적인 전환점이 됐다. 북한과 미국은 6·25후 68년 간 이어온 적대관계를 청산하기 위한 중대한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날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완전한 비핵화’ ‘평화체제 보장’ ‘북미관계 정상화 추진' ‘6·25 전쟁 전사자 유해송환’ 등 4개항의 내용이 담긴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공동합의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체제안정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확실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이로써 ‘6·12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동아시아 세계평화로 가는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4개항의 공동합의문은 다음과 같은 포괄적인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1. 미국과 북한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의 열망에 따라 새로운 미-조관계를 수립할 것을 약속한다. 2. 미국과 북한은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할 것이다. 3. 북한은 2018년 4월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4. 미국과 북한은 이미 확인된 전쟁 포로 유골의 즉각적인 송환을 포함해 전쟁포로와 실종자의 유해 복구를 약속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합의문 3항에 미국이 그동안 요구해온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표현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질문에 대해 “(공동합의문에)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흔들림 없는 의지라고 성명서에 명시돼 있다”고 답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를 약속했다”며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문제이고, 완전히 검증될 것이다. (여기에는) 다른 나라 사찰단도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합의문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북미 간에 그동안 공식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던 4항의 ‘6·25 전쟁 전사자 유해송환’이다. 이는 미국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6·25당시 장진호 전투에서만 미군은 1029명이 사망했고 4894명이 실종됐다. 이를 포함해 미군의 전체 전사자 및 전쟁실종자 유해는 대략 4만구 정도로 추정된다. 미국에게는 비핵화에 못지않게 중요한 현안이다. 미군의 유해가 본국으로 완전 송환돼야 전쟁종식이 완결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조만간 실제로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유해송환 합의는 북미수교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부터 단독회담 확대회담 업무오찬으로 이어지는 4시간30분가량의 협상을 가진 뒤 카펠라 호텔 주변을 산책했다. 정상회담 분위기는 좋아보였다. 두 정상의 얼굴이 밝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상적인 회담이었다”고 긍정 평가했고, 김 위원장은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찬메뉴 의전 산책 동영상 등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미국의 배려와 숨은 전략이 엿보였다. “김정은 위원장, 그의 나라를 아주 많이 사랑하는 유능한 사람”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김 위원장에 대한 평가에 이런 배려와 전략이 압축돼 있다. 그럼에도 김정은 위원장의 국제무대 데뷔는 성공했다. 북한의 국제적 위상이 한껏 올라갔다. ‘악의 축’, ‘깡패국가’(rough state)로 조롱을 받았던 치욕적인 과거를 단숨에 만회한 것이다. ‘트럼프의 배려와 전략’ 덕분이었다.

사실 6·12미정상회담의 토대는 ‘4·27판문점 선언’이다. 공동성명 3항의 ‘2018년 4월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 내용이 이를 뒷받침한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두 사람만이 오늘의 주역이 아니다. ‘한반도 운전자론’으로 ‘센토사 담판’의 환경을 조성한 문재인 대통령도 주역 중 한명이다. 훗날 역사에는 그렇게 기록될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제일 먼저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고, 회견 후 전화통화를 했다.

‘세기의 센토사 담판’을 지켜본 남북은 환호작약(歡呼雀躍). 두 정상이 오전 9시 카펠라 호텔에서 만나 ‘세기의 악수’를 나누자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두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철학은 학설(theory)이 아니라 활동(activity)이다.” 오스트리아 출신 언어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의 말이다.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가져도 탁상공론이 되면 안 되고 훌륭한 업적을 남겨야 한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세간의 평가를 뒤집었다. ‘신뢰할 수 없는 인물’, ‘막말의 지도자’, ‘위험한 인물’ 등의 오명에서 벗어났다. ‘센토사 담판’에서 평화의 이정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훌륭한 업적을 남긴 셈이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어렵다. 그동안은 편안한 길을 걸어왔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러시아의 반발과 방해공작이 예상된다. 미국 내에서도 적지 않은 반대세력의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 북한에서도 군부가 반발할 수도 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기 마련이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체제보장과 북미수교를 위해 포기한 모든 것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즉,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을 정확하게 계산해봐야 할 것이다. 남는 장사인가, 밑진 장사인가. 이번 회담의 합의내용이 남는 장사라면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행해야 한다. 그래야 평화와 번영이 담보된다. 필자는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분명 ‘남는 거래’를 했다고 생각한다. 남한도 마찬가지다. ‘센토사 담판의 기회비용’을 계산해볼 필요가 있다. 실리를 챙기지 못하면 위험하다.

“나는 뭔가 거래를 하는 것이 좋다. 그것도 큰 거래일수록 좋다. 나는 거래를 통해서 인생의 재미를 느낀다. 거래는 내게 하나의 예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의 기술’에서 강조한 말이다. 그의 거래는 ‘센토사 담판’에서 절정을 이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래 선택’을 강조한 동영상(미국 제작)을 북한 측 인사들에게 보여주면서 바람직한 선택을 촉구했다. ‘지렛대’를 사용한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이 ‘지렛대’를 주목하며 ‘트럼프의 배려와 전략’에 감춰진 그 실체를 바로 봐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운명이 달려 있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