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롯데·KDB 등 중소형사 RBC비율 하락세
시장금리 상승에 RBC비율 추가 하락 불가피
새 회계기준 앞두고 자본확충 부담 커질 듯

▲ 미국발 금리인상 여파에 국내 시중금리 상승세가 본격화하면서 중소형 보험회사의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미국발 금리인상 여파에 국내 시중금리 상승세가 본격화하면서 중소형 보험회사의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와 같이 시장금리가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갈 경우 보험사의 채권평가이익이 줄고 가용자본이 축소되면서 지급여력(RBC)비율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영업환경 악화로 실적부진이 가속화하는 일부 중소형사들은 대규모 자본확충 부담에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건전성까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이들의 앞날에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흥국화재의 RBC비율은 156.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164.5%)에 비해 7.76%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손보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롯데손보(170.1%→163.7%)와 한화손보(180.7%→173.8%), 메리츠화재(189.8%→175.3%), 농협손보(190.6%→184.2%) 등 다른 중소형사들도 RBC비율이 하락세를 보였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KDB생명(154.5%)과 흥국생명(177.2%), DGB생명(179.8%) 등이 낮은 수준을 보였다. 분기보고서를 공시하지 않는 신한·현대라이프·하나·KB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RBC비율은 각각  175.4%, 175.9%, 178.3%, 195.6%를 나타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RBC비율 격차도 뚜렷해지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손보업계의 경영위험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손보사의 RBC비율은 225.9%로 대형사의 경우 평균 255.7%에 달했지만, 중소형사는 177.8%에 그쳤다.

RBC비율은 보험사가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지표다. 보험업법 상 RBC비율을 최소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은 150% 수준이다. 통상 RBC비율이 200%를 넘어야 안정권으로 평가한다.

문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지금처럼 국내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할 경우 중소형 보험사들의 건전성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RBC비율은 각종 위험요인이 현실화될 경우 입을 수 있는 손실(요구자본)과 이를 대비해 사용할 수 있는 자본(가용자본)을 비교해 계산(가용자본/요구자본)한다.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보험사들의 채권평가 이익이 줄어들면서 가용자본이 축소돼 RBC비율은 떨어지게 된다.

예보 분석에 따르면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지난해 말 대비 30bp(1bp=0.01%) 오르면 중소형사들의 RBC비율은 177.8%에서 162.8%까지 하락할 수 있다.

오는 2021년 도입되는 새 회계기준(IFRS17)의 핵심은 보험부채를 평가하는 방식을 원가에서 시가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기준이 적용되면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를 중심으로 부채가 크게 늘어나게 되고, 현재와 같은 RBC비율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통상 보험사들은 채권평가 이익이 줄어들면 RBC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후순위 채권 발행 등 자본확충에 나서지만, 지금처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때는 이자 부담이 커져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 부진에 돈줄마저 바짝 마르는 중소형 보험사들은 지속적으로 RBC비율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자본확충을 위한 시장 환경마저 녹록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며 "새 회계기준 도입이 사실상 2년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면 RBC비율이 저조한 중소형사들의 자본확충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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