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공중분해 경영책임에도 지분 우선 매수권 통해 재건 후 ‘사유화’
‘기내식 대란’에 이은 하청업체 사장 자살에 침묵하다 뒤늦게 기자회견
전업 주부 딸 상무로 ‘낙하산’…직원들 규탄 대회 예고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최근 여승무원 성희롱 의혹으로 질타를 받았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또다시 여론 도마에 올랐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사태가 불공정 하도급계약 논란으로 번진데다 일반 승객들이 굶는 상황에서 박 회장이 탄 비행기에는 따뜻한 기내식이 제공됐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기내식 공급 지연에 이은 하청업체 사장 자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4일 오후 5시 서울 세종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여기에 경영 경험이 없는 딸을 전격적으로 계열사 경영에 참여시키면서 ‘낙하산’ 논란까지 일고 있다. 무리한 M&A로 그룹을 공중분해시킨 경영책임에도 국민 혈세로 가까스로 살아난 계열사를 지분 매입 우선권을 통해 되찾았던 박 회장이 기업사유화를 위한 ‘가족경영’에 열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1일 중국에서 열리는 골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자사 항공편을 이용해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했다. 단거리 노선이었지만 이 항공편은 따뜻한 기내식(Hot meal·핫밀)이 실린 상태로 정시에 출발했다.

이날은 기내식 대란이 벌어진 첫날이었다. 전체 항공 80편 중 36편의 항공편이 기내식이 전혀 실리지 않은 ‘노밀(no meal)’ 상태였고, 51편은 기내식 공급을 기다리다 출발이 지연됐다.

박 회장이 탑승한 항공편이 이른 시간에 출발했고, 그 시간대에 출발한 항공기들은 모두 기내식을 실은 채로 출발했다는 것이 아시아나항공 측의 해명이지만 여론이 들끓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내식 대란과 박 회장의 '그룹 재건'이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월말을 끝으로 지난 15년 동안 기내식을 공급해왔던 엘에스지(LSG)스카이셰프와의 공급 계약을 중단했다. 이후 소규모 업체 '샤프도앤코'와 계약했다. 당시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재인수하기 위해 자금을 끌어모으던 상황에서 LSG가 그의 투자 요구를 거절한 것이 계약 종료이 배경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과거 박 회장의 무리한 대우건설 인수로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면서 계열사가 뿔뿔이 흩어졌다가 산업은행의 관리아래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이후 박 회장은 채권단이 부여한 지분 매입 우선권을 활용해 금호산업 등 계열사를 하나씩 인수해 그룹 재건에 성공했다.

박 회장은 가족경영 강화도 주목된다. 박 회장의 딸인 박세진씨는 지난 1일 임원인사에서 금호리조트 경영관리 상무로 신규 선임됐다. 박 상무가 요리·관광 관련 학교를 졸업하긴 했지만, 리조트 관련 경력이 입사 전까지 경영 경험이 전혀 없었던 가정주부였던 것으로 알려져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박 상무의 호텔 경영, 조리, 요식업에 대한 전문지식이 금호리조트 서비스 품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일반인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사태가 대항항공에 이어 '제2의 항공 갑질'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주목된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이날 오픈 채팅방을 개설한데 이어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삼구 회장 갑질 및 비리 폭로' 집회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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