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 대부분 문심에 관한 얘기…문심은 실체 드러내지 않아
문 대통령, 남북문제와 민생경제 등 적극 챙기는 당대표 바래

“김진표 의원으로 친문후보단일화가 이뤄졌습니다. 이해찬 최재성 전해철 의원은 접었답니다” 고향후배가 13일 오후 전화로 알려왔다. 그래서 “누구에게 들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1번지(청와대)에서 나온 뉴스로 확실합니다”라고 대답했다. 필자는 민주당 인사에게 전화로 “친문단일화 얘기가 돌던데 사실입니까”라고 질문했다. 그는 “그런 얘기가 오늘부터 나왔는데 확인이 안 됩니다. 문심은 그게 아닌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혼란스럽다.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지 민주당 중진들에게 물어봤으나 시원하게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모르겠다고 한다. 여의도 정가에선 “도대체 감을 잡을 수 없다”고 한다. 오히려 필자에게 물어본 사람이 많았다. 압도적 세(勢)를 갖고 있는 당권주자가 없는데다가, 온갖 ‘가짜뉴스(Fake News·뉴스의 얼굴을 한 마타도어)’만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찬 의원이 청와대에 들어가 문재인 대통령과 독대했다”, “(김부겸 장관은) 장관을 좀 더 하시라”, “최재성 전해철 의원은 접기로 했다” 등등 ‘근거 없는 소문’이 민주당 당사 주변을 유령처럼 어슬렁거리고 있을 뿐이다. 물론 이 중에는 ‘진짜뉴스’도 있을 수 있다.

‘가짜뉴스’들은 주로 ‘문심(文心)’에 관한 내용이다. 즉, ‘가짜뉴스’는 70%대 고공지지율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의 ‘낙점’이 전당대회의 ‘알파(alpha·시작)요, 오메가(omega·)’라고 보고 일단 ‘허위정보’라도 터트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전술적 고려에서 양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심’은 과연 존재하는가. 과연 작동할 것인가. 최근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유력 당권주자들을 만났다. 당권주자들은 열변을 토했다. 한 수석은 그냥 듣기만 했다고 한다. 그것이 전부였다는 것이다. ‘문심’은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다시 말해 문 대통령의 의중(意中)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친문은 없다”와 맥락을 같이 한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문 대통령은 당권에 대해 절대로 언급하지 않을 분”이라고 단언했다.

사실 ‘문심’이 드러나는 순간 당은 ‘친문 대 비문(非文)’으로 분열된다. ‘비문’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세력을 확장하게 된다. 문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터. 따라서 ‘문심’을 드러내 작동시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친문 단일화론’은 ‘문심’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종걸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패권주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기브 앤 테이크의 정치’가 부활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래서인지 민주당 130명의 현역 의원 중 100명 정도는 입을 꽉 다물고 있다. 누구를 지지하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모든 당권주자들에게 잘 대해줄 뿐이다. 마찬가지로 원외지역위원장과 기초광역단체장들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권주자 캠프에서 뛰고 있는 참모들은 “완전 깜깜이 경선”이라며 “답답하다”고 했다. 특히 ‘부엉이 모임’ 파문이후 이런 ‘침묵’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당대회 후보등록은 오는 20일과 21일로 예정돼 있다. 따라서 대다수 당권주자들은 15일부터 18일 사이에 출마들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범계 의원은 지난 4일 출마를 선언했다. 김두관 의원은 14일 일산 킨텍스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별도로 출마선언 일정도 잡고 있다. 김진표 의원은 15일, 유일한 여성 당권주자인 박영선 의원은 17일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설훈 의원과 이인영 의원은 17일 이후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최재성전해철 의원 등은 단일화 조율 중에 있다고 한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 의원은 북한 경제특구 나선지역 방문 일정을 마무리한 뒤 18일 당권 도전을 선언할 계획이다.

국회 원 구성도 변수다. 13일 문희상 국회의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상임위원장 구성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런데 추미애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의원들을 상임위원장에서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자 일부 후보는 8개 상임위(운영기재정무국방과방행안문체여성)의 위원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계파 내 후보단일화 등에 따라 14~15명의 당권주자들이 10명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이 바라는 당대표는 어떤 유형의 정치인일까. ‘드러난 문심’이 아닌 ‘드러나지 않은 문심’은 무엇일까. ‘문심’에 대한 ‘감’은 문 대통령 후보경선을 지원했던 이른바 ‘친문’ 의원들이 잘 잡는다. 그들은 민주당의 새 지도부가 적어도 관리형 리더십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황희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새 지도부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각오를 하고 국정운영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렇다면 ‘문심’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첫째, ‘문심’은 차기 당 지도부가 가을로 예정된 3차 남북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초당적 국회지지를 견인할 수 있는 ‘정면 돌파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427판문점 선언지지 결의안’이 국회에서 의결되지 못한데 대해 불쾌하게 생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가 정면 돌파하지 못한데 대해 못내 아쉬워했다는 것. 따라서 조용하게 당을 관리하는 이른바 ‘관리형 대표’는 ‘문심’에 벗어나 있다는 얘기다.

둘째, 차기 당 대표는 문 대통령을 위해 ‘악역(惡役)’을 서슴없이 맡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게 ‘문심’의 또 다른 지향점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홍보되지 못한 것에 대해 서운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이 앞장서서 정책을 국민들에게 홍보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 저조, 최저임금제와 주52시간 근무제 논란, 라돈 침대파동, 혜화동 여성시위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민주당을 보면서 ‘친문이 없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인도와 싱가포르 국빈 방문 출국 길에 오르면서 환송 나온 추미애 대표에게 “결과적으로 보면 역대 가장 행복한 당대표”라고 말했다. 그냥 들으면 덕담 중 덕담이다. 하지만 조금 곰씹어보면 그렇지 않다. 문재인 정부를 위해 ‘악역’을 맡지 않고 편안하게 당대표를 지내고 있다는 지적으로도 들린다. 추 대표가 정부 정책을 홍보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적이 있었던가. 정부와 함께 국정운영의 중심에 서서 땀을 흘린 적이 있었던가.

셋째, ‘문심’은 민생경제에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올인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이 알아서 민생경제를 챙겨주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보다 과감하게 개혁입법을 추진하고 민생과 경제가 되살아날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을 적극 뒷받침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계파갈등으로 몰락하고 있는 것을 목도하고 있으면서도 ‘친문 단일화’ 운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물극필반(物極必反·사물은 궁극에 다다르면 도로 그전 상태로 돌아간다)’이다. ‘친박 대 비박’ 간의 갈등이 극에 도달하자 ‘폭망’, ‘완망’이란 말까지 나온 것이다. ‘친문 패권주의’가 극에 도달하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요즘의 한국당 사태가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국민환호국민안심국민희망을 창출할 수 있는 당대표를 계파를 초월해서 뽑아야 한다. 그래야 야당도 계파정치에서 벗어나 훌륭한 지도자를 당대표로 선출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이 쇄신된다. 전당대회는 정치혁신의 새 출발점이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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