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반란 예비음모 반드시 규명해야…기무사 해체하고 군 환골탈태해야

청와대가 20일 공개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의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대다수 국민을 ‘경악(驚愕)’하게 만들었다. 기무사가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 기각’ 결정을 전제로 계엄 포고문을 작성하고, 서울 광화문·국회에 탱크 장갑차 특전사를 배치해 시위를 진압하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웠다고 하니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힌다.

이건 단순한 ‘검토 문건’이 아니다. ‘박근혜 탄핵’이 헌재에서 기각됐었다면 계엄을 즉각 선포하고 구체적으로 실행할 계획이었다. 67쪽의 문건 내용은 사실상 군이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워 촛불 시민을 유혈 진압하려 획책했음을 보여준다. 언론검열 통제와 국가정보원 통제는 물론 야당(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사법처리 등 ‘국회 무력화’ 내용도 담겨 있다. 일종의 ‘친위 쿠데타’를 모의한 셈이다. 따라서 기무사와 국방부, 당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까지 관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헌재의 ‘박근혜 파면’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 나라는 어찌됐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한동안 우리 국민은 위수령 계엄령과 같은 비상조치에 대해 상상도 못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군이 시민들을 유혈 진압할 것이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일부 군은 그런 ‘유혈진압’ 발상을 했다. 이런 발상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의 주변 세력들의 사고가 군사문화에 얼마나 진하게 젖어 있었는가를 말해준다. 아직도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의 ‘검은 유산’이 우리 군에 뿌리 깊게 엄존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국방부에선 기무사개혁이 논의되고 있다. 지난 5월 구성된 ‘국군기무사령부 개혁위원회(기무사개혁TF)’가 계엄령문건이 불거진 이후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위원장은 과거 국회 국방위원장을 역임한 장영달 우석대총장이다. 청와대가 인선했다. 장 위원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방부장관 지시로 군사반란기획에 기무사가 동원됐다?”라는 글을 올리며 이렇게 개탄했다.

“5.18광주학살의 열배보다 잔혹했을 2017년 3월의 군사반란 예비음모는 박근혜 정권 차원의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며 기무사만 개혁해서 될 일이 아니다. 물론 기무사는 더 이상의 역할이 어려워 보이고 국군통수권 보좌기능도 새롭게 신속한 재준비가 필요하게 되어보인다! 국방부장관을 중심으로 상시전투태세를 더욱 확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련되고 선진화된 국군정보기능이 통수권을 안정적으로 보좌해야 하겠다.”
이제 기무사는 해체 수준의 개혁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5단계의 개혁 개편을 통해 기무사를 완전 환골탈태시키고 선진화된 국군정보기관으로 거듭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에 대해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국방개혁 3대 목표는 ‘싸우면 이기는 군대육성’, ‘스스로 책임지는 국방태세 구축’, ‘국민이 신뢰하는 군으로 체질개선’ 등이다. 국방부는 올해 안으로 이런 국방개혁을 마무리한다는 복안이다. 이 중에서 육군개혁이 핵심이다. 친일유산과 군사문화 잔재 청산도 담겨 있다. 430여명에 달하는 군 장성을 75명가량 줄이는 과제도 포함됐다.

따라서 송영무 장관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파동’과 이런저런 ‘설화(舌禍)’에도 경질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처음 공개한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을 건널 땐 말을 바꾸지 않는다’는 표현도 있지 않나. 바꿀 적기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송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과 10년 이상 교감을 갖고 있는 만큼, ‘국방개혁2.0’이 완성될 때까지는 경질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앤드류 헤이우드(Andrew Heywood)는 ‘정치학’에서 군부와 정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모든 지배체제는 다소 군부와 경찰이라는 제도를 통해 강제력을 행사함으로써 유지된다. 하지만 군부와 경찰의 강제력은 아주 광범위하게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군부는 단지 대외정책의 도구로서 기능하거나 아니면 시민적 소요를 진압하거나 비대중적 정권을 지탱함으로써 국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행할 수도 있다.” 그는 “정치적 정당성이 붕괴했던 경우에 군부는 정권의 유일한 버팀목이 될 수 있으며, 정권을 대중의 반란 혹은 혁명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사력을 갖고 있는 군부는 그 속성 상 얼마든지 국내 정치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독재정권을 낳는다고 했다. 헤이우드의 이런 주장을 기무사 문건에 대입해보면, 분명 기무사는 ‘박근혜 정권의 버팀목’이 되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기무사가 간과한 것이 있다.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정권의 붕괴가 남긴 역사적 교훈을 잊은 것이다. 1989년 12월 니콜라에 차우셰스쿠(Nicolae Ceauşescu) 루마니아 대통령은 반(反)정부시위에 무자비한 유혈진압을 강행하다 임시정부에 의해 체포돼 처형됐다. 시민의 소요를 진압하라는 명령을 일선 군인들이 시민 시위대 편에 가담함으로써 차우셰스쿠 정권은 붕괴됐었던 것이다.

2017년 촛불혁명 시대는 1961년의 5 16쿠데타와 1979년의 12 12쿠데타가 성공했던 시대와는 다르다. 촛불혁명 시대는 인터넷과 모바일이 엄청나게 발달한 첨단 디지털 시대다. 빛의 속도로 정보가 전파되는 시대다. 군대라고 예외는 아니다. 또한 우리 젊은 군인의 민주의식은 매우 성숙돼 있다. 그런데 과연 일선 군인들이 기무사의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었을까. 차우셰스쿠 정권을 붕괴시켰던 루마니아 군인들처럼 우리 젊은 군인들은 계엄사령부의 명령을 거부하고 오히려 박근혜 정권을 붕괴시켰을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 정권에겐 지금보다 더 비참한 결과를 안겨 줬을 것이다. 촛불혁명 당시 얼마나 많은 휴가 군인들이 사복을 입고 촛불집회에 참여했었던가.

“정치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뚱(毛擇東) 전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은 ‘전두환 몰락’으로 적어도 이 땅에선 그 실효성을 상실했다고 본다.

“以道佐人主者(이도좌인주자), 不以兵强天下(불이병강천하), 其事好還(기사호환).” 도덕경 30장 첫 구절이다. “도로써 군주를 보좌하는 자는 군사적 힘으로 천하를 강제하지 않는다. 그런 일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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