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쇼크’에 ‘소득 쇼크’까지…경제 제대로 성장시키지 못하면 국민 외면 불 보듯

지난 23일 통계청이 ‘2018년 2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득 최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6% 줄어들었다. 또한 차하위 계층인 소득 하위 20∼40%(2분위)와 중간 계층인 소득 상위 40∼60%(3분위) 가계의 명목소득도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1%, 0.1% 줄어들었다. 반면, 소득 상위 계층인 4·5분위는 4.9%와 10.3% 증가했다. 소득분배 악화가 최하위 계층을 넘어 중산층으로 확산되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가 안 좋을 것이라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몇 일전 발표된 고용 둔화와 맞물려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그야말로 ‘고용 쇼크’에 더해 ‘소득 쇼크’까지 이어지는 양상이다.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면서 출범한 문재인 정부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청와대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 들여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먼저 ‘고용 쇼크’ 직후 정부는 김동연 부총리 주재로 긴급 경제현안간담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고, 이어 휴일에도 당·정·청이 모여 일자리 창출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소득 쇼크’ 발표 이후에는 청와대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고용·소득 악화에 흔들리지 않고, 정부 경제 정책의 3대 축인 혁신성장, 공정경제와 함께 소득주도 성장을 더욱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특히 청와대의 입장은 현 사태가 경제 구조조정의 전환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규정하고, 장기적으로는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 경제가 전환기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인구구조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고,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제조 산업들은 중국 등 신흥국에 밀려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또한 수출이 늘어도 신규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 현상이 지난 몇 년간 지속되어 왔다. 현재 우리나라의 제조업 상황으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그동안 우리 경제 성장을 뒷받침해온 대기업·수출 중심의 성장 전략의 한계를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하는 새로운 경제정책으로 올바른 방향이라 판단된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정부가 국민에게 피부에 와 닿게 설명하는데 성공하지는 못한 것 같다. 혁신성장 또한 지난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밀려 후순위에 있다가, 경제 상황이 나빠지자 급히 전면에 나선 것처럼 보여 진정성에 의심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요약하자면 새로운 경제 정책이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통계 지표마저 나쁘게 나오자 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혁신성장의 경우 향후 우리나라 미래 성장 동력산업을 발굴하고 육성해 나가야 하는데,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없고 논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해 거창하게 출범한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혁신성장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데, 도무지 무슨 일을 하는지 감감 무소식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정부 정책에 불신이 가중되어 반대론자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뿐이다.

지난 1·2분기 고용과 통계 결과가 나쁘게 나왔다고 해서 이를 최저임금 인상 탓으로 돌리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라는 야당과 보수 진영의 논리는 과도한 해석이다. 그렇지만 정부가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국민도 소득주도성장의 과실이 제대로 작동할 때 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줄 수 없다. 정부 정책에 대해 국민은 반대하고 외면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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