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북제재 여전…사실상 북미간 비핵화 협상 타결된 뒤에나 가능해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방북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한국 대통령으로는 세 번째 평양 방문이다. 특히 이번 방북에는 경제계 인사들이 대거 참가하면서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미국의 대북제재 등 현실적인 장벽으로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은 1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 장소인 평양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는 서해직항로로 이동해 이날 오전 9시50분쯤 평양 순안공항(평양국제비행장)에 안착했다. 순안공항에는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직접 나와 문 대통령과 김 여사를 맞았다. 이번 회담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안과 비핵화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이번 방북에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회장과 구광모 LG회장 등 대기업 그룹 총수를 비롯해 경제계 인사들이 대거 동행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노력하고 있는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도 특별수행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따라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남북경협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국내 시장이 포화에 이르고 많은 기업들이 신성장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경협이 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평양에서 TV, 유선전화기 등 가전제품을 위탁 가공으로 생산한 경험이 있다. LG전자는 1996년부터 2009년까지 북한에서 위탁 가공 형태로 TV를 생산한 경험이 있다.

현대차는 철도사업을 영위하는 현대로템과 대북사업 경험이 있는 현대건설을 계열사로 두고 있으며,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통신과 에너지분야에 강점이 있는 SK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중심으로 대북사업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그룹은 2000년도 8월 북측과 합의해 철도, 통신, 전력, 통천비행장, 금강산물자원, 주요 명승지 종합 관광사업 등 7대 SOC 사업권 획득하고 원산·통천지구 협력사업 개발에 관한 합의를 맺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북제제가 여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UN은 지난 2006년 이후 북한에 대한 유류공급 30% 감축과 대북 투자, 합작사업 등을 금지하는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 회담과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전 세계적인 (북한)제재는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에 있어 필수적인 부분”이라며 "모든 나라가 북한의 불법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끝내는 것을 도와야 하는 책임이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의 한 전문가는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타결되고 대북제재가 해제 된 뒤에나 경협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방북에서는 경협과 관련 구체적인 합의나 내용 보다는 향후 제제 해제 이후를 그리는 밑그림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개연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