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 많지 않고 싸지도 않아…정부 주도 고집 말고 민간 주도로 변경해야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한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가 지난달 28일부터 10월7일까지 열리고 있다. 올해로 3회째인 코세페는 내수 경기 활성화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쇼핑 할인 행사다.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로 시작해, 이듬해부터 지금의 명칭으로 바뀌어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 코세페는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해 시작했으나, 우리나라 제조기업과 유통업체의 특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한 모방에 그쳐 태생부터 성공 여부가 불투명했다. 생산자나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시작된 자발적인 행사가 아니라 처음부터 정부가 주도함으로써 민간업체들은 마지못해 참여하는 경향이 뚜렸했다. 더욱이 올해는 정부 지원 예산마저 지난해 50억원에서 비해 34억5000만원으로 삭감 되었고, 행사 기간도 34일에서 10일로 단축되었다. 참여업체 또한 지난해 446개에서 올해 231개로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가 오랫동안 흥행에 성공하고, 후발주자인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光棍節)가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는 가운데, 왜 우리나라의 코세페는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작은 시장 규모가 작은 것이 원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외면하는 총체적 난국이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세일 행사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싸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유통회사가 제조사로부터 판매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미국처럼 70~80%에 달하는 대규모 세일 행사를 진행하기 힘든 구조다. 그럼에도 정부가 독려해 참가하다 보니 세일 규모가 평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되고, 품목도 잘 안 팔리는 것 위주로 내놓게 되어 소비자들의 불만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코세페 홈페이지에서 ‘파격 할인’ 상품으로 등록된 제품을 인터넷 최저가로 검색해보면 비슷한 가격 수준이거나 오히려 더 비싸게 나오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이 굳이 행사 기간 중에 줄서서 구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지적되는 사항 역시 정부주도 행사로 인한 문제점에서 시작된다. 정부가 코세페에 참여할 업체를 선정하다 보니 국내 제조사와 유통사를 중심으로 상품이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은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내수 진작과 국내 소상공인 살리기 측면에서 국내산 제품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가격도 중요하지만, 인기가 있는 외국산 제품 등 다양한 상품을 행사기간 중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도 흥행 측면에서는 중요하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기간 중에는 자국 상품뿐만 아니라 삼성과 LG 등 우리나라 가전제품을 비롯한 해외 수입품도 미국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하는 인기 품목이다. 또한 지난해 성공적으로 끝난 중국의 광군제에서도 호주산 건강식품과 독일산 분유, 일본산 기저귀 등 해외 직수입 제품들이 날개가 돋친 듯 팔려 나갔다. 이들 행사가 철저하게 생산자와 소비자가 필요에 의해 기획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정부주도 행사의 한계에 봉착해 내년에는 코세페를 대한상의가 주도하는 민간 중심으로 바꾸어 나가겠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의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대한상의가 주도한다고 해도 완전한 민간 행사로 보기 힘들다. 그야말로 책상 위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쓸데없는 의논을 나누는 ‘탁상공론(卓上空論)’이다. 정부 주도의 코세페를 내년에 대한상의로 옮겨 행사를 이어가겠다는 발상은, 이 책상(卓上)에서 저 책상으로 자리

만 바꾸어 계속 현실과 동떨어진 공론(空論)을 나누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코세페는 올해로 3년째이다. 2015년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까지 합치면 4년째이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생산자가 소비자가 외면하는 존재감 없는 행사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의 실수를 바쁜 대한상의에 떠넘기지 말고, 내수 진작이라는 명분에 사로잡혀 처음부터 잘못 기획된 행사였다고 고백하고 폐지하는 것이 정답이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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