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행장에 내정자도 채용비리 의혹에 낙마
차기 은행장 후보자격 놓고 지주-은행 대립
내부 갈등·불신만 커져…새 수장 찾기 난망

▲ DGB금융지주가 추진 중인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놓고 은행-지주 이사회간 힘겨루기 양상이 이어지면서 대구은행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대구은행 제2본점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차기 DGB대구은행장 선출작업이 헛바퀴만 돌고 있다. DGB금융지주가 추진 중인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놓고 은행-지주 이사회간 힘겨루기 양상이 이어지면서 은행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임 행장이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대구은행으로선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지난 3월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이 대구은행장 사임 의사를 밝힌 이후 6개째 행장 공석이 이어지고 있다. 김경룡 전 DGB금융 부사장이 차기 은행장에 내정됐지만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해 은행 안팎의 압박을 받으면서 지난 7월 자진 사퇴했다.

앞서 대구은행은 경북 경산시 금고를 유치하면서 담당 공무원 아들을 부정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김 전 부사장은 당시 해당 지역 책임자여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은행 측은 김 전 부사장이 공무원 아들 응시 사실만 전달했을 뿐 부정채용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후 김 전 부사장이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자진해서 물러난 것은 전임 행장이 채용비리 사태에 연루되며 불명예 퇴진한 상황에서 또다시 '채용비리' 의혹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취임하는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박인규 전 행장은 지난달 21일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받았다. 박 전 행장은 2014년 3월부터 2017년까지 각종 채용 절차에서 함께 기소된 전·현직 임직원과 공모해 24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됐다. 박 전 행장은 검찰수사가 본격화되자 지난 3월 DGB금융 회장과 대구은행장 자리에서 모두 물러났고 4월 말 구속됐다.

대구은행 내정자의 중도 낙마 사태가 발생한 이후 일각에선 김태오 DGB금융 회장의 은행장 겸직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는 모습이다. 현재 대구은행장직은 박명흠 부행장이 대행하고 있다.

문제는 대구은행의 새 수장 찾기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점이다. 현재 DGB금융과 대구은행은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 추진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DGB금융은 지난달 14일 사외이사 운영 선진화와 최고경영자(CEO) 육성·승계 프로그램 개선을 골자로 하는 '2018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구은행 사외이사들은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이 조직 독립과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일각에선 지주 회장의 은행장 겸직 또는 임기 연장을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지주와 은행간 갈등의 핵심은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에서 은행장 후보 자격을 금융권 임원 경력 5년 이상으로 규정한 것이다. 대구은행 내부에서 이를 충족하는 인물이 없고,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려 한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

대구은행 내부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김태오 회장은 제도 변경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해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권력이 집중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는 강력한 견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장의 인사권 등 자회사 경영자율성을 보장하는 조치를 통해 직원들의 우려와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DGB금융은 오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내부규정으로 개정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임 수장이 채용비리 등의 혐의로 중도 낙마한 상황에서 대구은행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은행과 지주 사외이사 등 경영진이 차기 행장 선출기준 등을 놓고 어떤 결론을 낼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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