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사드 등 같은 악재에도 경쟁사들 보다 실적 부진
소비자에게 실적 부담 전가?…홍원식 회장 높은 연봉 재조명

[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남양유업이 업계 최고 수준으로 우유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실적부진에 원가 인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이지만 경쟁사보다 더 높은 인상가로 소비자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우유 가격 인상은 제과·제빵·카페 등의 가격 인상 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어 정부의 식탁물가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남양유업은 최근 우유제품 가격을 평균 4.5% 인상했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대표 제품인 '맛있는 우유 GT'는 200㎖는 33원, 500㎖는 50원이 오른다. 그중 1ℓ짜리는 이번 인상으로 900㎖로 용량이 줄어 사실상 10% 인상 효과가 나게 됐다.

2013년 이후 5년만의 가격 인상으로 생산비, 물류비, 인건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불가피한 인상이라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 7월 낙농협회와 유가공협회가 원유수매 가격을 1리터당 922원에서 926원으로 4원 올린 바 있다.

하지만 남양유업의 가격 인상률은 앞서 지난 8월 가격을 올린 서울우유 보다 높다. 서울우유 평귝 인상률은 3.6%다. 더욱이 매일유업은 우유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서울우유 보다 인상 시점은 늦었지만 사실상 남양유업이 업계 전체의 가격 인상을 주도하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깊은 내수부진으로 가계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경쟁업체 보다 높은 가격인상을 단행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의 실적부진을 근본 배경으로 꼽는다. 남양유업은 2012년까지 매년 매출 10% 이상 고속성장을 이어갔지만 2013년 ‘욕설우유 갑질’ 파문으로 급제동이 걸린 이후 뚜렷한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5.8%, 87.8% 감소했으며, 순이익도 82.4% 급감했다. 결국 원가 인상에 실적부진까지 한 번에 해결한 해법으로 이번 가격 인상이 결정됐을 가능성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내수 감소에 중국의 사드보복 등 악재가 남양유업의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경쟁사인 매일유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4.5% 급증하는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대비를 이뤘다.

남양유업이 실적이 거꾸로 가는 상황에서도 홍원식 회장에게 해마다 두둑한 연봉을 지급한 것은 논란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홍 회장은 갑질 파문으로 26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2013년 13억원, 2014년 15억원, 2015년 16억원, 2016년 18억원, 2017년 16억원의 연봉을 챙겼다. 지난해 소폭 줄긴했지만 꾸준한 증가세다. 배당까지 합하면 홍 회장이 받아간 금액은 더욱 늘어난다. 홍 회장의 배당금은 전체 배당금의 51.68%에 달한다.

한편, 남양유업 ‘욕설우유 갑질’ 사태는 지난 2013년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나이 많은 대리점주에게 욕설과 막말을 하는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대리점에 물량을 강제로 밀어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번졌다. 공정위가 ‘밀어내기’에 119억원을 부과했지만 남양유업의 불복소송으로 결국 5억원의 과징금으로 끝난 바 있다. 이 사태에 연루된 남양유업 임직원들에 대한 처벌도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끝났다. 이 때문에 ‘김상조 공정위’의 재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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