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불협화음 빗었던 ‘투톱체제’를 버리고 정부 중심 경제 선언
규제개혁과 산업·기업구조조정 신속하게 추진해 혁신 성장 이뤄야

청와대는 지난 9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동반 퇴진을 발표했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 사령탑에 승선한 두 사람은 1년6개월여 만에 물러나게 되었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이 한꺼번에 교체된 것은 어려운 경제 현실을 반영한 쇄신의 의미가 크다. 일각에서는 경제정책을 놓고 정부와 청와대가 자주 충돌했다는 점에서 경질성 인사라 해석하기도 한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이끌었던 초기 경제팀은 김상조 위원장을 제외하고 거의 물갈이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사람 중심 경제’의 큰 틀 아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3개의 축으로 구성돼 있다.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지만 대체로 소득주도성장은 청와대에서 장하성-홍장표 라인이, 혁신성장은 김동연 경제 부총리가, 그리고 공정경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담당했다.

이 중에서 소득주도성장은 현 정부가 가장 공들여 준비해 추진한 정책이었다. 하지만 출범 초기부터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보수적인 학자들과 언론은 근본도 없는 이론이라 대놓고 폄하했다. 심지어 일부 진보적인 학자들도 소득주도성장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기술 혁신을 통해 기대 가능한 성장모델의 보완재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지난 정부에서 악화된 양극화 현상을 완화 혹은 해소하기 위해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분배 정책은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이를 분배 정의의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고, 성장정책의 핵심으로 전진 배치하는 실수를 범했다. 성장의 뒷받침 없이는 분배도 없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놓친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첫해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당초 3%에서 2.7%대로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 1월만 해도 30만명을 넘었던 취업자 수의 증가폭도 갈수록 떨어져 마이너스 성장을 걱정해야할 지경이 되었다. 더욱이 지난 6월 소득주도성장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되리라 기대했던 저소득층의 소득이 올해 들어 오히려 감소했다는 통계청의 발표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사실상 와해되고 말았다. 내년이면 소득주도성장의 결실이 나타날 것이라는 장하성 실장의 주장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이제 남은 것은 혁신성장과 공정경제다. 신임 홍남기 경제 부총리는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을 담당해 왔기 때문에 혁신성장을 이끌고 나가기에 무난하다는 평이다. 반면에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비 경제학 전공자로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에 대해 우려가 있다. 하지만 정책실장이라는 자리가 반드시 경제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청와대 경제정책은 경제수석이 책임지고, 정책 수석은 경제를 포함한 사회 전반의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맞다.

청와대의 복안은 그동안 불협화음을 빗었던 경제정책 ‘투톱 체제’를 버리고 정부 중심의 ‘원톱’을 선언했다. 부총리를 중심으로 혁신성장 정책을 추진하고, 청와대 정책실장은 혁신성장을 바탕으로 공정경제를 달성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인사 단행 후 '공정경제 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이런 구상을 뒷받침했다. 따라서 향후 경제정책은 혁신성장 하나로 모아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임 김동연 부총리는 혁신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는 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카카오 모빌리티 진출문제로 택시사업자가 반발했을 때, 어느 편도 만족 못하는 모호한 태도를 취해 혁신성장을 추진하는 수장으로서 믿음을 주는데 실패했다. 또한 기업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가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으나,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미흡했기 때문에 기업투자는 갈수록 위축되고 말았다.

홍남기 신임 부총리는 이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혁신적인 중소·벤처기업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산업구조조정과 기업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하도록 규제개혁을 과감하게 단행해야 한다. 청와대도 경제 ‘원톱’을 강조하면서까지 신임 부총리를 신뢰한 만큼, 반드시 혁신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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