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비은행권 중기대출 잔액 137.4조원…1년새 35%↑
시중은행 대출문턱 높이자 저축은행 등 비은행 몰려
연말 대출금리 오름세 불가피…자금경색 심화 우려

▲ 비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14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금리 추가 인상 예고에 국내 금융권의 대출금리 오름세가 불가피해지면서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채무 상환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저축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비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증가세가 가파르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비은행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137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시중은행의 대출문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부족한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리가 비싼 제2금융권에 손을 벌리고 있는 것이다. 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다 12월 미국의 정책금리 추가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고금리 대출로 연명하는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의 채무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1일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비은행금융기관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137조4280억원으로 전월(134조8348억원)대비 1.92%(2조5932억원) 늘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3년 1월 이후 최대 규모로, 1년 전(102조1068억원)에 비해선 34.59%(35조3212억원) 가량 증가했다.

올해 1~8월 중소기업대출 증가액은 23조52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조3072억원)의 1.1배 가량 많은 수준이다. 아직 집계되지 않은 9~11월 대출 증가액을 고려하면 현재 비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14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기관별로 살펴보면 상호저축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8월 말 26조5850억원에서 올 8월 말 32조3924억원으로 21.84%(5조8074억원) 늘었고, 상호금융은 48조1874억원에서 62조8665억원으로 1년새 30.46%(14조6791억원) 증가했다.

신용협동조합(13조5592억원→21조6051억원)과 새마을금고(8조8522억원→14조2028억원)는 각각 59.34%(8조459억원), 60.44%(5조3506억원) 급증했다.

이처럼 비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규모가 급증세를 보이는 것은 시중은행의 대출심사 강화 등의 여파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대출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대출에는 개인사업자(자영업자)가 빌린 돈도 포함된다.

문제는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연말 국내 시중금리의 가파른 오름세가 불가피해지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부채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역시 12월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경기침체와 소비부진 등으로 매출부진에 시달리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은 자금조달 창구로 금융권 대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상 충격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비은행권은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만큼 대출금리가 시중은행에 비해 2~3배 가량 높다. 저축은행의 경우 기업자금대출 가중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8%대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높은 대출금리가 중소기업의 폐업 위험도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대내외 금리상승 압력이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세심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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