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급 실적에 금융지주·은행 배당성향 확대
국내은행 순익 13조8000억원…1년새 23.4% 늘어
씨티·SC은행 1.5조원 배당, 전액 해외본사로 송금

▲ 3월 본격적인 배당시즌을 맞아 은행권이 '통큰' 배당에 나서고 있다. 사진=pixabay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3월 본격적인 배당시즌을 맞아 은행권이 '통큰' 배당에 나서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두면서 주주들에 대한 배당여력을 키운 데다 정부의 적극적인 기업배당 독려 속에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어서다. 특히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금융지주와 외국계은행의 배당액 규모가 확대되면서 외국인 주주들은 올해에도 두둑한 배당금을 챙기게 됐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보통주 1주당 1500원의 기말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시가배당률은 4.0%, 배당금 총액은 약 4504억원 규모다. 기지급된 중간배당 400원을 포함하면 2018년 배당금은 1주당 총 1900원으로, 중간배당을 합산한 연간 배당성향은 전년대비 2.9%포인트 오른 25.4%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지주는 보통주 1주당 1600원의 현금 결산배당에 나선다. 이는 전년에 비해 150원 증가한 것으로, 시가배당율은 3.9% 수준이다. 배당성향도 2017년 23.6%에서 지난해 23.9%로 0.3%포인트 상승했다. KB금융지주의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은 1920원이며, 2018년 회계연도에 대한 배당성향은 24.8%로 1년 전보다 1.6%포인트 올랐다.

지방 금융지주들의 배당성향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BNK금융지주의 경우 2018년 결산 관련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은 300원으로 전년에 비해 70원 올랐고, 배당금 총액은 228억원 늘어난 978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배당성향은 1년 전보다 0.87%포인트 상승한 19.47%를 기록했다.

DGB금융지주는 보통주 1주당 360원의 결산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시가배당율은 4.1%, 배당금 총액은 609억원 규모다. JB금융지주는 보통주 1주당 180원의 현금배당에 나선다. 시가배당률은 3.2%이며, 배당금 총액은 350억원이다.

이처럼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의 배당금 규모가 확대된 것은 지난해 실적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 국내은행의 지난해 전체 당기순이익은 총 13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4%(2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자이익이 40조3000억원으로 1년 새 8.2%(3조원) 늘었다.

특히 KB·신한·하나금융·우리은행 등 4대 금융그룹의 순익은 10조485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7.2%(7059억원) 증가했다. 4대 금융그룹의 연간 실적이 10조원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 금융지주의 외국인 주주 지분율은 평균 60% 안팎에 이른다. 하나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69.88%, 신한금융 67.09%, KB금융 66.95%, DGB금융 64.33%, BNK금융 52.53%, JB금융 44.23%, 우리금융 27.34% 등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100%인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의 배당금 규모는 1조5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SC제일은행은 지난 1월 임시 이사회를 열고 5000억원의 중간배당을 결의했다. 씨티은행은 보통주 1주당 385원·우선주 1주당 435원의 기말 현금배당을 결정했으며, 배당금 총액은 1225억원이다. 앞서 씨티은행은 지난해 8116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씨티은행은 "지난해 하반기에 실시한 중간배당은 일반적인 배당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확충한 8억달러에 대해 자본효율화 차원에서 자본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만들기 위한 일회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배당성향이란 기업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중에서 주주에게 배당한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비율이다.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의 경우 매년 본사에 거액의 배당금 등을 송금해 고액의 배당잔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은행권의 높은 배당성향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외국인 투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외국인 주주 배당에 좀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상황에서 지나친 배당 확대는 곧바로 국부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는 배경에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투자 매력을 부각시켜 저평가된 주식 가치를 높이려는 차원이 있다"며 "건전성 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면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매년 수천억원의 배당으로 외국인 대주주의 호주머니만 두둑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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