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등 대형가맹점과 수수료율 인상 갈등 고조
유통·통신업계도 불만…수수료 수익 타격 불가피
은행 결제망 개방 등 업황 악화에 실적확보 비상

▲ 정부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다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율 인상 갈등, 은행 결제망 개방 조치 등 실적을 갉아먹는 악재들이 쏟아지면서 카드업계의 곡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pixabay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카드업계의 곡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치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물론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 고금리대출 규제와 은행권의 결제망 개방,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율 인상 갈등 등 실적을 갉아먹는 악재들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영업환경 악화 속에 규제 강화 및 경쟁 심화 등으로 저(低)수익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카드사들의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는 모습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 등 대부분 카드사들은 이달 1일자로 연매출 500억원 이상의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을 인상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카드수수료 종합개편방안에 따른 후속 조치로, 금융당국은 부가서비스 적립·이용과 직접 관련된 가맹점에 비용을 부과하고 마케팅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상한의 차등 구간을 세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카드사의 마케팅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연매출 500억원 초과 대형가맹점의 경우 수수료가 최대 0.25%포인트 인상될 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수수료율 인상 조치로 카드사의 가장 큰 고객인 현대차에 대한 수수료율은 기존 1.8%대에서 1.9% 중반대로 올라갔다. 

하지만 현대차는 지난달 말께 각 카드사에 보낸 공문에서 수수료율 인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일에는 신한·삼성·KB국민·하나·롯데카드 등 5개사에 오는 10일부터, 기아차는 11일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현행 수수료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수수료율을 협상하자는 방안을 카드사가 받아들이지 않자 예고대로 가맹점 계약 해지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가맹점은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상'하는 경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다만 현대차가 가맹점 계약 해지와 관련해 10일까지라는 여지를 둔 만큼 양측간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카드사와 현대차가 카드수수료율 조정에 접점을 찾는다 해도 양측의 시각차가 워낙 큰 만큼 카드업계의 기존 수수료율 인상안이 그대로 수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악의 경우 현대차가 예고한 대로 가맹점 계약을 끊으면 카드사들의 수수료 수익 타격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율 인상 갈등에 더해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은행권 결제망의 전면 개방 조치도 카드사 수익을 갉아먹는 악재로 꼽히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전 은행권과 핀테크 결제사업자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결제시스템을 올해 안에 구축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번 조치가 은행의 신용등급에는 긍정적이지만, 카드사 신용등급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대체 결제 서비스와의 경쟁 심화가 카드사의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 결제망 개방 조치로 한국에서 특히 높은 소비자 지출 분야의 카드사 시장 점유율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카드업계의 영업환경은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이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 카드대출 규제 강화는 물론 올해부터 시행된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조치로 카드업계는 총 1조40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처지다. 지속되는 경기불황에 신규 카드모집 영업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카드수수료 수입 감소분을 상쇄할 만한 수익원 찾기도 쉽지 않아 예년 만큼의 실적을 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업계 뿐만 아니라 이마트나 통신3사 등 유통·통신업계도 카드수수료율 인상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어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상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업황도 좋지 않은 상황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악재만 쌓이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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