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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규의 프리즘] ‘막말 정치인’ 성공 사례없다
잠시 반짝였다가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언어 사용 품격있게 해야
2019년 03월 15일 (금) 15:05:21 조한규 webmaster@smedaily.co.kr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은 노암 촘스키(Avram Noam Chomsky) 전 MIT교수다. 그는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이후 화석연료 소비의 제한을 거부한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인류의 삶을 파괴하기 위한 경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런 촘스키는 원래 언어학자다. 30세 이전에 현대 영어학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변형생성문법(transformational generative grammar)’을 창안했다. ‘언어학의 교황’이란 닉네임까지 얻었다. 특히 그의 ‘언어습득이론’은 영어 학습에 큰 영향을 줬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모든 인간의 뇌 속에는 언어 습득 과정에 중심 역할을 하는 일종의 특수한 장치를 가진 기관이 있으며, 이 가상의 장치가 ‘언어 습득 장치(language acquisition device, LAD)’라는 것이다. 즉, 인간의 뇌에는 언어 학습을 촉진하는 선천적 장치가 태어날 때부터 구비돼 있고, 언어 습득 능력은 0세부터 13세까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며, 언어능력은 일반적인 지적 능력과는 다르다고 한다. 그리고 말은 배우는 것(learning)이 아니라 습득하는 것(acquisition)이라고 했다. 따라서 적절한 입력을 받기만 하면 언어습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밥상머리 교육’을 강조했던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최근 정치인들의 ‘막말 시리즈’를 지켜보면서 새삼 ‘밥상머리 교육’이 떠올랐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국회 연설에서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주십시오”라고 발언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어 지난 14일 나 원내대표의 최고위원회의 발언 또한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우파는 곧 친일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앞으로 이 정부의 ‘역사 공정’이 시작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해방 후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로 인해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을 모두 기억하실 것이다. 또 다시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해달라.” 나 대표는 도대체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어떤 ‘밥상머리 교육’을 받았기에 이런 말을 쏟아내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반민특위는 어떤 조직인가. 1948년 8월 헌법 제101조에 따라 일제강점기 34년 11개월간 자행된 친일파의 반민족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제헌국회에 설치됐던 특별위원회다. 즉, 국권 강탈에 적극 협력했거나 일제 치하의 독립 운동가들을 박해한 친일파들을 처벌하기 위한 ‘친일청산’ 기구였다. 그러나 반민특위는 친일파와 결탁한 이승만의 비협조와 방해, 국회프락치사건과 6·6경찰의 특위습격사건 등을 겪으면서 1년여 만에 와해됐다. 고작 친일파 1명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을 뿐이다. 당시 프랑스가 제2차 세계 대전 때 나치에 협력한 자국민 1만2000여명을 즉결 처형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따라서 반민특위로 ‘국민이 분열했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오히려 반민특위가 와해됐기 때문에 국민이 분열됐고 좌우 이념대립이 심화됐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 민주주의가 발전되지 못했던 것이다. 

언어(言語)는 신성(神聖)하다. 매우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신약성서 요한복음 1장 1절은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고 기록했다. 언어를 신(神)과 동격으로 간주했던 것이다.

공자(孔子)는 ‘논어(論語)’의 마지막 문장에서 “부지언 무인지인야(不知言 無以知人也·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지 못한다)”라고 강조했다. ‘언(言)’이 ‘논어’의 결론인 셈이다. ‘지언(知言)’이란 단순히 말을 아는 것이 아니다. 허신(許愼)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언왈직언(言曰直言·말은 곧 올곧은 말)”이라고 했다. 따라서 ‘지언’은 ‘바른 말’, ‘올곧은 말’을 사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지언’을 해야 군자(君子)가 된다.

불교 경전 ‘천수경(千手經)’은 더욱 엄중하게 다루고 있다. 말로 짓는 죄를 깨끗이 씻는 진언으로 시작한다.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구업을 깨끗이하는 진언)인 “수리수리마하수리 수수리사바하”를 세 번 독송한다. 그리고 ‘십악참회(十惡懺悔)’ 중 다음의 ‘4악참회(四惡懺悔)’가 언어와 관련이 있다. “망어중죄 금일참회(妄語重罪 今日懺悔·거짓말한 죄업을 오늘 참회합니다)”, “기어중죄 금일참회(綺語重罪 今日懺悔·발림 말한 죄업을 오늘 참회합니다)”, “양설중죄 금일참회(兩舌重罪 今日懺悔·이간질한 죄업을 오늘 참회합니다)”, “악구중죄 금일참회(惡口重罪 今日懺悔·나쁜 말한 죄업을 오늘 참회합니다)”

   
10개의 죄업 중에서 4개의 죄업이 언어와 관련이 있는 죄업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망어, 기어, 양설, 악구 등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가르친 것이다.

인간의 삶에서 언어는 그 만큼 중요하다. 정치에서의 언어는 말할 나위도 없다. 1986년부터 정치현장을 지켜본 필자는 막말하는 정치인들이 성공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 잠시 반짝였다가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 간 정치인들은 예외 없이 ‘막말정치인’, ‘ㅇㅇㅇ저격수’들이었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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