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통신·항공 등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안 불가 고수
"수수료 재협상 나서야"…유관협회 반대 목소리도 커져
협상 타결에 난항 예고, 수수료율 하향조정 불가피할 듯

▲ 카드업계와 통신·유통·항공업종 등 대형가맹점과의 카드 수수료율 협상에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사진=pixabay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카드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와의 가맹점 수수료율 협상에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에 통신·유통·항공 등 다른 업종과의 협상에서 난항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이미 주요 대형가맹점들은 높은 카드 수수료율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데다 유관 협회들도 반대 성명을 내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들끊는 수수료율 논란에 금융당국이 대형가맹점의 불공정 행태에 대한 형사고발 등 엄포를 놨지만,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에서 '을'의 입장인 카드사들은 결국 이들의 요구에 백기투항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들은 현재 유통·통신·항공업종의 대형가맹점들과 수수료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카드사 입장에선 이들 3개 업종은 자동차와 함께 카드업계의 수수료 협상에서 최대 난제 업종으로 꼽힌다. 카드결제 물량이 많은 대형 고객이지만 카드사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어 항상 협상에서 밀려왔다.

이들 업종의 대형가맹점은 일찌감치 카드사에 수수료 인상안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카드사가 인상 요인을 납득시킬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않아 받아들일 수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한 대형카드사 관계자는 "지난주 대형 통신·유통사에 이어 항공사에서도 수수료율 인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내용의 공문이 왔다"며 "현재 이들과의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 입장차가 커 최종 타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통·이동통신·항공업종의 초대형 가맹점에 적용된 수수료율은 대체로 높은게 사실이다. 카드사들은 유통은 1.9%대에서 2.1%대로, 통신은 1.8%대에서 2.1%대로, 항공은 1.9%대에서 2.1%대로 각각 올린다고 통보했다. 인상폭이 유통과 항공은 각각 0.2%포인트, 통신은 0.3%포인트다.

당초 카드사가 현대차에 통보한 인상폭인 0.1%포인트와 비교하면 2∼3배 수준이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3년 전 실시한 적격비용(원가) 재산정에 따른 수수료 협상 당시 비용 상승률 만큼 수수료를 올리지 못했고, 이에 따라 이번 수수료율 인상폭이 커졌다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통신·유통·항공업종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율 협상 결과에 대해 대체로 비관적인 분위기다. 현대차와의 협상에서 승기를 놓친 만큼 계속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당초 요구안의 절반 수준인 0.05%포인트 내외 인상으로 현대차와 협상을 마쳤다. 사실상 카드업계의 '백기투항'이다.

대형가맹점과 유관 협회들의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을 회원사로 보유한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전날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카드사에 수수료율 재협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자동차 수준으로 수수료 인상 폭을 조정해달라는 요구다.

대형가맹점과 카드사간 수수료율 협상 갈등이 확산되자 금융당국도 긴급 진화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9일 수수료 협상 실태점검의 조기 시행 및 위법사항에 대한 엄정조치 등의 내용이 담긴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 협상 관련 기본 입장'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인 이동통신과 유통, 항공 등 대형가맹점에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과도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지 말라는 구두 경고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우려했던 현대차와의 수수료 협상 여파가 다른 업종으로 확산하는 등 후폭풍이 커지는 양상"이라며 "금융당국의 엄포에 대형가맹점의 계약해지와 같이 극단적인 상황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협상이 장기화할 경우 카드사들도 당초 책정한 수수료율을 고수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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