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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규의 프리즘] 관료들의 면종복배(面從腹背) 누구 잘못인가
청와대 참모·여당 실세들의 낮은 실력과 거친 발언, ‘끼리끼리 문화’가 문제
대통령의 지나친 참모·각료 사랑 되레 독…시비비비 따져 문책, 경질 필요
2019년 05월 13일 (월) 10:06:35 조한규 webmaster@smedaily.co.kr

“진짜 저도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아요, 정부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0일 당·정·청 회의에서 민주당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김 실장의 “마치 4주년 같다”는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 만 2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집권말기 4주년(레임덕)이나 되는 것처럼 관료사회가 제대로 일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책기획위원회·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지난 7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문재인 정부 2주년 정책 컨퍼런스에 참석한 한 서울의 한 대학교수도 “공무원들은 보이지 않았고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교수들만 보였다”며 “2주년이 아닌 4주년 행사처럼 분위기가 썰렁했다”고 전했다.

관료사회를 좀 더 들여다보면 의외로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의 큰 그림은 ‘포용국가’로 포장이 됐으나 내용물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과 거의 동일하다. 하나도 혁신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그 밥에 그 나물이다.

그 대표적 사례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월23일 제안해 구성됐던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고등교육정책 공동 태스크포스(TF)’다. TF는 대교협이 추천하는 기획·교무처장, 교육부의 실·국·과장, 시민단체가 모여 고등교육 정책방향과 해결 방법 등을 지속해서 논의하자는 취지로 구성됐다.

문제는 총 27명으로 구성된 TF의 전문가 위원들의 성향과 실력. 대교협이 추천한 기획·교무처장들은 바쁘다. 그래서 토론에는 참여하나 구체적인 대책 마련(보고서 작성)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전문가 위원들과 교육부 실무담당자들이 대책 마련에 참여해 4년제 대학의 관심사항인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 강사제도 안착 방안과 대학 혁신지원 사업을 비롯한 재정지원 현안, 각종 규제완화 요구 등을 다룬다.

그런데 이 전문가 위원들의 명단이 공개되자 대학사회가 발끈했다. 특히 정책기획위원회 소속 대학교수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며 유 부총리에게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학교수는 필자에게 명단을 보여주며 “박근혜 정부의 정책사냥꾼들이 어떻게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을 말아먹을 수 있느냐”며 “이들과 한 통속인 교육부 관료들이 문제”라고 비난했다. 그는 “대입공론화가 실패했던 것도 교육부 관료들과 이런 정책사냥꾼들과의 유착관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관료사회에선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이런 식이라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적 포용국가’는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 관료들이 겉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순종하는 체하고 속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따르는 면종복배(面從腹背)의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료사회의 이런 문화에 대한 1차적 책임은 현 정부에게 있다. 초기에 관료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청와대 참모들과 여당 실세들의 낮은 실력과 거친 발언이 그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이 원내대표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이 대표가 김수현 실장과의 대화에서 “단적으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그 한 달 없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이상한 짓을 많이 해….”라고 했던 것이다. 관료들을 틈만 나면 ‘이상한 짓’을 하는 ‘적폐집단’으로 매도하니 관료사회에서 누가 정부를 위해 일을 하겠는가. 청와대 참모들과 여당 실세들은 정부 정책에 대해 디테일로 승부를 해야 한다. 쥐뿔도 모르면서 큰 소리만 치면 아무도 승복하지 않는다.

둘째, 여권 실세들의 ‘끼리끼리 문화’가 이런 병폐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반 상식과 중도적인 정책노선을 지향하는 관료들이 설 자리가 없다. 전대협·참여연대·민변 출신들이 끼리끼리 모여 장막 속에서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있으니 의욕을 상실해 과거의 정책, 과거의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전대협·참여연대·민변 출신들이 개방적이고 ‘포용력’을 갖지 않는 한 관료사회는 경직될 수밖에 없다. 관료사회는 ‘혁신’의 대상이지 ‘청산’의 대상이 아니지 않는가.

셋째,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국정과제의 의미와 내용이 모호하다. “공정경제를 토대로 역량-고용-소득의 선순환 고리를 구축하고 포용적 혁신성장을 동시에 이루어내면서 국민 모두에게 희망이 되는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는 취지는 아름답다. 그러나 그 내용은 어렵다. 정책은 쉬워야 한다. 한글만 읽을 수 있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손에 바로 잡힐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한다. 관료들은 ‘혁신적 포용국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냥 ‘창조’에서 ‘혁신’으로 용어만 바꿔 보고서를 내고 있다. TF팀도 과거 사람들로 구성한다. 그러니 국민은 ‘혁신’을 도무지 체감할 수가 없다. 정부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넷째,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이나 각료들을 지나치게 아낀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KBS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인사검증 실패’ ‘인사 참사’ 등의 비판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적극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이낙연 총리를 비롯해 장관님들 잘하고 있지 않습니까. 심지어 인사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채 임명된 장관님들도 좋은 평을 받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면 청와대의 추천이 문제입니까, 인사청문회가 문제입니까”라고 반문했다. 발언 자체만으로는 큰 문제가 될 게 없다. 그러나 각료들을 지나치게 아끼고 있는 느낌을 드러낸 것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을 아낄수록 국정운영의 긴장감이 떨어진다. 실제 무능한 각료들까지 대통령이 아낀다면 관료들은 손을 놓는다. 결국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의 ‘구변(九變·임기응변)’에 이런 말이 나온다. 애민가번(愛民可煩). ‘장수가 이해를 따지지 않고 부하를 지나치게 아끼면 부하를 보호하려다가 번거로운 곤경에 빠질 수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전쟁을 앞둔 장수가 범하기 쉬운 다섯 가지 위험 상황인 오위(五危) 중 다섯 번째의 위험상황을 지적한 대목이다. 참모와 각료들에 대해 호통을 쳐야 할 때는 호통을 치고, 잘라야 할 때는 잘라야 한다.

‘2주년이 4주년 같다’, ‘복지안동(伏地眼動·땅에 엎드려 눈동자만 굴린다)’는 말이 왜 나오고 있는가. 더 이상 문 대통령이 ‘번거로운 곤경’에 처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남은 3년은 길지 않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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