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동차 제조사와 IT 등 다양한 업체 참여해 폭발적인 성장 견인
현대차 독식 심해…혁신적인 중소·벤처기업 참여로 세계와 경쟁해야

모터쇼(motor show) 또는 오토쇼(auto show)라 불리는 자동차 전시회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시판되는 모델과 새롭게 출시하는 모델, 컨셉트 카 등을 공개하는 행사다.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자동차 전시회는 매년 혹은 격년으로 개최해 자동차 산업의 최신 트랜드를 제공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모터쇼를 자사 제품을 널리 알리는 중요한 홍보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전시회를 주최하는 측도 행사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자국의 자동차 판매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개최에 많은 공을 들인다.

일반적으로 모터쇼는 자동차 생산 강국 혹은 시장규모가 큰 국가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에 더 많은 제조사들이 참가해 최신 모델을 전시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이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던 시절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자동차 산업의 흐름을 반영했다. 유럽에서는 자동차 강국인 독일에서 개최되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전통적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아시아 지역은 1980년대 이후 일본 자동차 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도쿄 모터쇼가 부상했으나, 요즘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소비시장인 중국에서 개최되는 상하이 모터쇼에 가장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모터쇼의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내연기관으로써 자동차 산업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또한 IT 산업의 발달과 이에 따른 공유 경제가 확산되면서부터 자동차의 개념 자체가 변화하고 있어 세계 각국에서 개최되는 모터쇼의 인기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특히 자율자동차와 친환경자동차 시대에 접어들면서 자동차 산업과 IT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자동차 전시회와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와 같은 가전제품 전시회가 융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해 각국의 모터쇼는 기존의 모델 전시와 함께 전기차와 수소차 등으로 대표되는 친환경 자동차와 IT와 접목한 자동차 기술들을 소개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모터쇼는 새로운 자동차 모델 소개보다는 미래의 첨단 기술을 파악하는 것이 주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된다. 이런 점에서 지난 4월에 열린 상하이 모터쇼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말과 전기차의 미래, 특히 중국산 전기차의 약진을 보여주는 중요한 전시회였다.

상하이 모터쇼에서 폭스바겐은 ‘오로지 전기로만(Just Electric)’이라는 구호로 적극적인 전기차 마케팅에 나섰다. 이밖에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GM, 닛산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 모델을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그런데 친환경자동차와 관련해 상하이 모터쇼에서 가장 돋보였던 점은 중국산 전기차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상하이 모터쇼에서 전기차를 공개한 중국업체들은 자동차 제조사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중국 3위 자동차 회사인 지리자동차의 ‘지오메트리A’는 공기저항계수(cd)가 0.23에 불과해 메르세데스 벤츠의 A클래스 세단(0.22)과 비슷한 기술적 성과를 보여주었다. 레노보, 바이두 등 중국 IT 기업으로부터 투자받아 2014년 설립된 니오(NIO)는 미국의 전기차 생산업체인 테슬라를 겨냥한 모델을 반값에 내놓았으며, 샤오펑(Xpeng)은 운전자 개입이 전혀 필요없는 ‘레벨 4’의 바로 전 단계인 ‘레벨 3’ 전기차를 전시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이 양적 성장은 물론이고 질적으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서 보여준 세계 자동차 산업의 키워드는 ‘친환경 연료 자동차(전기차, 수소차)’, ‘자율자동차’, ‘자동차 제조사 와 IT 기업 간 영역 파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세 가지 키워드를 현대자동차 그룹이 대부분 관여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강점을 지닌 현대차가 이후 전기차나 수소차와 같은 친환경 연료 자동차에서도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는 중국산 자동차에 우위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제 자동차 산업은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보다 창의적인 기업이 이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IT 기업과 혁신적인 중소·벤처기업들도 새롭게 열리는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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